34개국·1275명 역대 최대 규모
겨울 추위·눈 활용한 스포츠 관광
가치 키워 경제 성장 동력으로
中 “5년 내 겨울산업 300조로”
![지난 6일 중국 헤이룽장 하얼빈의 국제빙설제가 열리는 빙설대세계에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신화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9e96d862ea944e2c9fde98d365508de6_P1.jpg)
지난 6일 밤 중국 헤이룽장 하얼빈의 중심 거리인 종양다제(中央大街)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하 22도 추위에 싸락눈까지 내렸지만, 거리 곳곳에 설치된 동계 아시안게임 얼음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대부분 상점과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독제독(以毒制毒·독을 다른 독으로 없앤다)’이란 중국어 표현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추위에 맞서는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2017년 일본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이 7일 하얼빈에서 역대 최대 규모(34개국·1275명 참가)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겨울의 꿈, 아시아의 사랑’을 주제로 14일까지 대장정을 이어나간다. 하얼빈을 비롯한 중국 동부지역은 1996년 이후 29년 만에 여는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 겨울 레저 관광·스포츠 허브를 꿈꾸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헤이롱장 하얼빈의 종양다제에 많은 인파가 몰려 거리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신화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cc5c6933b5cd44b682b253d6a4186023_P1.jpg)
‘북극 한파’에도 하얼빈에 인파가 몰린 건 이른바 겨울철을 활용한 ‘빙설(氷雪)경제’와 맞닿아있다. 동계아시안게임과 맞물려 하얼빈에서는 ‘눈과 얼음 축제’인 국제빙설제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이달 말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1963년부터 시작해 62년 역사를 자랑하는 행사에는 이미 지난 6일까지 266만명이 다녀갔다. 정교하게 다듬은 얼음 조각과 화려한 조명을 더해 마치 겨울왕국을 온듯한 국제빙설제는 매년 판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제빙설제를 찾아왔다는 관광객 장정현 씨(42)는 “도시 전체가 얼음 조각 공원으로 바뀌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올해는 아시안게임을 주제로 한 조각상과 즐길거리가 더해져 내용도 풍성해졌다”면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무비자 정책, 저렴한 물가 등이 더해져 한국 관광객도 작년보다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돼있던 중국 동북 지역은 동계스포츠·관광을 부가 가치 산업으로 키워 겨울철 특수를 누리는 분위기다. 하얼빈에서만 30여개 스키 리조트와 초·중학교에 아이스링크 530개가 조성돼 겨울스포츠 인프라가 탄탄하다. 여기에 세계적인 규모로 키운 국제빙설제를 매년 개최하면서 중국을 넘어 겨울철 아시아 대표 도시로 면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헤이롱장 하얼빈의 메인프레스센터에 동계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엠블럼과 마스코트 빈빈이 세워져 있다. [신화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9ac41b6eabe443fe870d31c82f66741a_P1.jpg)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에 따르면, 지난해 하얼빈에서만 8700여만명이 찾아 관광 수입으로 1248억위안(약 24조77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에서 겨울철 스포츠·레저 관련 경제 규모는 700억위안(약 13조9000억원)으로 분석했다. 하얼빈이 속한 헤이룽장성은 동계 스포츠 시범구 설립을 추진해 겨울스포츠 관련 장비와 디지털 산업 단지로 키운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유럽의 스위스처럼 하얼빈 등 동북 지역을 ‘아시아의 알프스’로 키우려는 중국의 야심은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하얼빈은 2023년 6월에 대회 유치 희망 마감 시한 직전에 동계아시안게임 개최도시로 단독 신청해서 유치에 성공했다. 기후 변화와 대회 개최 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전격적인 대회 유치 신청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중국 출신의 위자이칭(于再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022년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동계 스포츠 인구가 늘었다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은 동계스포츠를 진흥하면서 문화, 사회적 유산을 남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눈과 얼음, 강추위를 스포츠·관광과 맞물려 하나의 특수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 정부는 ‘빙설경제’에 자신감을 가진 분위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중국 전역에 겨울스포츠 저변을 넓히고, 이를 통해 산업 판 자체를 웬만한 스포츠 산업 못지 않은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해 겨울철 스포츠·레저 산업 분야 수익이 1조위안(약 198조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중국 당국은 2030년까지 1조5000억위안(약 297조8000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 중앙재경대 왕위슝 스포츠경제학 연구원은 “‘빙설 경제’는 기존 수동적인 겨울 레저 관광에서 몰입적이고 경험 기반의 소비로 전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얼빈 = 김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