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은 더이상 ‘가성비 여행지’라 불리기 어렵다. 방콕이나 푸켓 호텔 숙박비를 검색해보면 ‘동남아 메리트’를 기대하지 못하게 될 테다. 그럼에도 한국인 사이 꾸준히 인기 있는 여행지인 만큼 어딜 가나 한국인이 참 많다.
하지만 태국에도 아직 한국인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가성비 휴양지가 남아 있다. 북적이는 인파와 높은 물가로 태국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끄라비로 눈을 돌려보자. 그중에서도 안다만해의 숨은 보석 ‘코란타’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끄라비는 최근 ‘쥬라기 공원: 새로운 시작’의 촬영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직항편이 없어 방콕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끄라비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로, 그리고 배로 이동해 ‘아바니플러스 코란타 끄라비 리조트’를 찾았다. 가는 길이 험난해 보이지만, 공항에서부터 차편과 배편까지 리조트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간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리조트는 울창한 열대우림과 바다에 둘러싸여 고요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직 한국, 중국, 일본 여행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투숙객 대부분이 유러피안이었다.
유럽에서는 끄라비가 휴가 시즌 한 달 이상 길게 머물다 가기 좋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화려함보다는 편안하고 잔잔한 휴양지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지친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이유가 납득이 갔다.

기본적인 풀 전망, 풀 액세스 룸부터 2베드룸 패밀리 스위트까지 다양한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단연 ‘아바니 바다뷰 풀빌라’다. 푸껫의 유명 리조트였다면 상상하기 힘든 합리적인 가격에, 환상적인 안다만해의 석양을 바라보며 나만의 프라이빗 풀을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아바니플러스 코란타 리조트는 과거 끄라비와 페낭, 싱가포르를 잇는 무역의 중심지였던 코란타 섬의 문화유산을 리조트 곳곳에 오마주처럼 새겨 넣었다.
91개의 모든 객실을 전통 말레이시아 목각 무늬에서 유래한 핸드페인팅 벽지와 고전적인 중국풍 타일 바닥으로 장식했다. 이는 바다 집시 ‘모켄족’과 무슬림, 중국 이주민들이 어우러진 섬의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게 하며, 숙박객에게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는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조금씩 변하는 하늘과 해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리조트에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해변가에서 모닝 요가로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빌라 내에서, 혹은 해변에서의 로맨틱 식사 등 맞춤형 프라이빗 다이닝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클리프’에서 태국 전통 요리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까지 다채로운 식사를 즐기거나 ‘더 오-존 풀 바’에서 수영 후 시원한 칵테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타이 푸드는 대부분 입맛에 잘 맞았고 개인적으로 웨스턴 메뉴로는 더 클리프의 피자와 퀘사디아를 도전해보길 권한다.

태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마사지도 리조트에서 깔끔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고대 요법과 현대적인 기술을 결합한 아바니 스파는 정형화된 프로그램보다는 고객의 컨디션과 필요에 따라 유연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전에 설문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중간 중간 세심하게 체크하는 과정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 준다.

‘물 반 사람 반’인 유명 관광지의 해변과 달리, 리조트와 연결되는 퍼블릭 비치에는 인적이 드물고 분위기가 고요하다. 북적이고 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해변을 피해 혼자 가벼운 조깅이나 러닝을 즐기거나 모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리조트 밖으로 나가 자연 속을 탐방하고 싶다면 리조트를 통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예약해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조트 주변의 5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섬들을 탐험하는 아일랜드 호핑, 맹그로프 숲에서의 고즈넉한 보트 투어, ‘코하’와 ‘코록’ 섬에서의 수중 탐험, 란타 올드 타운으로 떠나는 로컬 문화 탐방 등 매일 새로운 모험이 가능하다.

끄라비 코란타는 일명 ‘도파민 터지는’ 자극적인 매력은 없었지만, 번아웃이 온 이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선사하는 여행지였다.
직항도 없고, 찾아가는 데까지 아주 쉬운 여정은 아닐지라도, 그래서인지 더 제대로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머릿속이 복잡해 ‘아무도 없는 어디론가 훅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 다시 찾아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