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 내용 전면 부인
“계엄관련 문건을 주면 줬지
보여줬다는 표현 납득안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고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이 주요 쟁점과 관련해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11일 증인으로 나온 이 전 장관은 일부 언론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한겨레신문·경향신문·MBC·JTBC·여론조사 꽃 등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 있는 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중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힌 것도 있었다”며 “그러나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 지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 쪽지를 본 이 전 장관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상반되는 진술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쪽지를 보여주면서 지시 내용을 알려준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문건을) 주면 줬지, (공소장 표현처럼) 보여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답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25.2.11 [사진 = 헌법재판소 제공]](https://pimg.mk.co.kr/news/cms/202502/12/rcv.YNA.20250211.PYH2025021111410001300_P1.jpg)
이날 양측은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유효성을 두고도 충돌했다. ‘당시 모였던 11명의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이 전 장관은 “네,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안건 자체는 그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도 다 알았고 모두 회의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결정족수인 11명이 모인 회의는 5분 정도 진행됐지만 해제보다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훨씬 실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으나 누군가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회의를 열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애초에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던 만큼 절차적 흠결이 있는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는 취지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고 당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국무회의 관련 회의록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계엄 해제 이후 내란이니 뭐니 하면서 계속 내란 몰이가 있었다”며 “회의록 작성이 내란 동조·방조라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의정관이 이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무회의 후 대통령에 이어 국무위원들이 서명하는 ‘부서’를 일부 국무위원이 거부한 것을 두고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국무회의든 뭐든 전자서명을 하지 손으로 서명하는 일은 없다”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사진 = 헌법재판소]](https://pimg.mk.co.kr/news/cms/202502/12/rcv.YNA.20250211.PYH2025021111400001300_P1.jpg)
비상계엄 선포 전 명시적으로 반대를 밝힌 국무위원은 없었지만 대다수가 외교·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하며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45년 만에 선포되는 비상계엄을 국민이 받아들일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3~4월 윤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만찬에서 ‘비상한 조치’를 언급했지만 계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 실장은 “당시 대통령이 ‘군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봐 법적 문제를 떠나 어려움 해결에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중국과의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이 37%에 달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간첩법 개정 반대 등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차기환 변호사는 신 실장에게 ‘중국이나 북한이 하이브리드전 차원에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해킹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느냐’ 고 질문했다. 또 “국회 제1당 대표가 친중 발언을 하면 중국이 하이브리드전을 하기 좋은 환경 아니냐” “중국이 타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알고 있느냐” 등의 질문도 던졌다. 다만 신 실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데 이를 방기했다’는 국회 측 지적에 질타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은 선제 탄핵을 주장하면서 계엄 선포 전까지 178회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며 “문명국가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정권 파괴가 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