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서
미역국라면 10만개 팔리고
인천공항 GS편의점서는
그릭요거트 매출이 111배
담백·이색 제품이 기존 강자 대체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먹거리 지도’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불닭볶음면·신라면 같은 매운 라면과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필수 구매 품목’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담백한 국물 라면과 이색 디저트 콘셉트 제품들이 인기를 끌며 외국인 소비 행태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서울역·잠실·용산 등 10개 점포에서 ‘팔도&양반 미역국라면(4입)’이 전통적인 강자였던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등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특히 인천공항 출국 직전 마지막 쇼핑 코스로 꼽히는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는 올 1월부터 지난 9월 22일까지 10만 개 이상이 판매됐다. 매운맛 일변도의 라면 시장에서 담백한 국물 맛이 외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셈이다.

최근 제타플렉스를 찾은 일본인 여행객 커플 레이아·켄타 씨는 “한국의 전통 음식을 기반으로 한 라면이라는 점에 관심이 갔고, 평소 매운맛이 강하지 않은 라면을 선호해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샤오샤 씨는 “최근 샤오홍슈 숏폼에서 해당 라면을 추천하는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 구매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 음식은 매운맛 일색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것이 주효했다”며 “SNS의 확산력이 외국인 관광객 소비 흐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변화는 편의점에서도 나타났다. GS25 인천공항점의 외국인 매출 1위 품목은 최근 ‘요즘 그릭요거트(블루베리)’다. 한때 외국인 필수 구매 리스트에 빠지지 않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편의점 매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천공항점에서 올 1~8월 외국인 식품 매출 순위를 보면 그릭요거트가 1위를 기록했다. 바나나우유(2위), 딸기우유(3위)가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 인천공항점에서는 일반 점포 대비 111배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발주 수량도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중국 SNS를 중심으로 ‘한국식 요거트 먹방’이 확산한 것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요거트에 시리얼과 과일을 곁들여 꺾어 먹는 방식이 한국 특유의 이색 식문화로 비치면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인사동 GS25 점포의 경우에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이곳에서도 ‘요즘 그릭요거트’가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