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마켓 혹시 ‘매각’하려나
계륵 된 지마켓…신세계는 ‘부인’
이번 조인트벤처가, 신세계그룹이 종국에는 지마켓을 알리바바그룹에 매각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공동 경영을 하다가 3년 내 조인트벤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IPO가 불발되면 알리바바가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설(設)’이 시장에 돌았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매년 적자를 내는 지마켓을 매각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고,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지마켓이라는 유력 플랫폼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추측이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두 앱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그룹은 조인트벤처 IPO와 지마켓 매각, 앱 통합 등 일각에서 제기된 의견 모두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지마켓이 ‘계륵’이라는 의견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사용자 수와 총 거래액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2024년 9월에는 사상 첫 지마켓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이마트나 쓱닷컴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내 신선식품이나 주요 협력사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해온 쓱닷컴과는 달리, 저가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지마켓은 구조상 이마트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최근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앞세우고 있는 이마트에 있어 지마켓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쓱닷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최근 지마켓 나머지 지분 20%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지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는 이마트가 100% 출자한 에메랄드SPV(80%)와 영국 이베이KTA(20%)가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이베이KTA 지분 20%에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이를 포기하고 3자 매각에 동의했다. 이베이KTA는 잔여 지분 20%를 사모펀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털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4.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 무너뜨릴까
시너지+알리바바 투자 확대가 ‘변수’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강 체제’로 굳어지졌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중소형 커머스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쿠팡과 네이버는 덩치를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5위권 내 플랫폼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동맹이 양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용자 수와 거래액을 단순 합산해보면 업계 3위 자리는 문제없다. 별도 앱이 없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사용자 수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업계 3위, G마켓은 5위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쿠팡이 월 사용자 수 3160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11번가(923만명), 알리익스프레스(760만명), 테무(582만명), 지마켓(507만명) 순이다.
당장 양강 체제를 무너트릴 만한 파괴력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합산 점유율은 8~9%대로 추정된다. 20%대 점유율을 보유한 쿠팡·네이버와 차이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마켓 사용자 수 감소가 뚜렷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년 새 사용자 수가 195만명 늘었지만, 지마켓은 같은 기간 83만명 감소하며 테무에 순위를 내줬다.
하지만 앞으로 양 플랫폼 사이 시너지 여하에 따라, 충분히 유력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에 불이 붙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알리바바그룹이 지마켓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똑같이 오픈마켓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 입장에선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며 “알리바바그룹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물류 인프라와 역량을 신세계그룹이 메꿔주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초저가 직구 상품을 중심으로 한국 이커머스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5. ‘중국 리스크’ 괜찮을까
유해성·개인정보 유출 엄격히 관리해야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동안 제기돼왔던 ‘C커머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상품 유해성 물질 검출, 그리고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거듭된 유해성 논란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직구 상품이 지마켓에 그대로 들어올지가 관심사다. 2024년 초 이후 중국발 직구 제품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대두되면서 소비자 불안과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2024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자전거 연장에서 국내 기준치의 258배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알루미늄 재질 냄비와 식품 용기 등에서도 니켈·납·카드뮴 등 국내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 용출량이 검출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품에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최근 결과에 따르면 1120개 제품 중 128개(11%) 제품에서 유해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직구 상품에 대한 국내 기관 안전성 검사 의무화와 유해성 제품 판매 시 법적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은 그간 높은 수준의 상품과 품질 신뢰도, 고객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왔다. 지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알리바바 다양한 상품 역시 지마켓의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알리바바그룹 IT를 기반으로 지마켓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월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 판매자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약 20억원을 부과받으며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본에 형성된 국내 소비자 반감이 이마트와 지마켓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민감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마트와 조인트벤처는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 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고객 정보를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의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