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현주소 [취재수첩]“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제로에 가깝다. 기업 탐방을 가보면 임원은 자리 보전할 생각만 하고 실무진은 코인 투자로 ‘파이어족’이 되겠단 망상에 빠져 있다. 성장에 대한 갈증은 실종됐다. 금융업이 잘될 수가 없다.”
국내 사모운용사 임원의 토로다. 지난 연말 계엄·탄핵 사태와 맞물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멈췄단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한국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외국인 투자자 타박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국장 탈출’과 해외 ‘주식 이민’ 현상은 더욱 고착화한 모습이다.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ROE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경영자라 할 수 있는 우리 정부가 예산(자본)을 최적으로 배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의구심을 던진다. 산업과 연구개발 관련 예산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673조3000억원의 예산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은 총 1조8000억원(0.27%)에 불과하다. 중국은 AI를 포함해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만 올해 1917억위안(약 39조원·0.68%)을 책정했다. 향후 중국이 AI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자금은 690조원에 달한다. 인적자원 배치도 천양지차다. 한국의 인재는 의대로 달려간다. 중국은 딥시크 돌풍 주역 대부분이 자국 대학 이공계 출신이다. 이 같은 인적자원 배치는 시차를 두고 기하급수적 파급력을 그려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지만 우리 국회에선 국가 ROE를 잠식할 정책이 여럿 대기 중이다. 단적인 예로 엔씨소프트가 미국 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보다 많은 법인세를 내는 게 한국의 현주소지만, 이런 세제를 뜯어고쳐야 한단 주장은 ‘부자 감세’ 논리에 번번이 밀린다. 여야가 협의를 이뤘다는 소식은 본 지 오래고 탄핵 협박만 이어졌다. 왜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가. 우리 국회·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