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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은행·보험 ‘만능캐’ 해외 실적은 숙제…이환주 KB국민은행장

박수호 기자
입력 : 
2025-01-20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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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운지]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1964년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 2025년 KB국민은행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KB금융지주가 이환주 신임 행장(61)을 선임하며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번 인사는 전통적인 은행권 인사 관행을 뛰어넘는 결정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행장 인사는 은행 내부 인사 중 경험이 풍부하고 관록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행장도 물론 KB국민은행에 입행,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치며 은행원으로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은행 외부 경력이 꽤 된다.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으로 활동하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을 증명한 데 이어 지주 산하 계열사 CEO 경험도 눈길 끈다. 그는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하며 성공적인 통합 보험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라이프생명은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 2023년 지금의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 행장은 초대 CEO로 두 보험사 조직 문화를 조화롭게 융합하고,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요양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CEO 재임 기간 동안 실적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2023년 KB라이프생명 당기순이익은 2562억원을 기록, 전년(2022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이 거둔 당기순이익 총합 1358억원 대비 88.7%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2768억원을 올려, 전년 연간 실적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사실 1964년생인 이 행장 선임은 최근 금융권에 부는 세대교체나 조직 쇄신 트렌드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기는 한다. 가장 최근 선임된 주요 시중은행장인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968년생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KB금융이 시중 인사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이 행장을 선임한 걸 보면 세대교체보다는 경험과 경륜, 실력을 중시하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선택은 KB금융지주가 당면한 과제 해결에 있어 이환주 행장의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 발탁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며 “양 회장 역시 지주, 보험, M&A, PMI(인수 후 합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끝에 그룹 회장이 된 만큼 향후 KB금융그룹 리더는 이처럼 어떤 자리에 가서도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총평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을 반영했다”라고 소개했다.

이 행장 취임 일성은

실제 이 행장은 취임 후 내부통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내실 다지기를 강조했다. 이때 꺼내든 전략이 ‘재정의(Re-Define)’와 ‘재설계(Re-Design)’다. 국민은행 사업을 본질적으로 재조명하고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고객 신뢰’의 재정의, 재설계다.

이환주 행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이 아닌, 신뢰를 파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국민은행을 ‘KB 팬클럽’과 같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KB국민은행을 괴롭혔던 홍콩H지수 ELS 사태를 감안한 언급으로 보인다. 2023년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팔았다가 지난해 가입 고객이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하며 은행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환주 행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상품 개발, 관리 과정에서의 리스크 평가를 더욱 엄격히 할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신뢰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음을 인정하며,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고, 상품 선택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동시에 고객과 친근하게 소통하자며 꺼내든 화두가 ‘KB 팬클럽’이다. 고객과 다정하고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이외에 “리테일, 기업금융,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 시장, 디지털 등에서도 재정의·재설계를 하겠다”라고도 천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당면 과제인 ‘리딩뱅크 탈환’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KB국민은행은 한때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기업 금융에서의 입지가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기존의 전통적 금융 서비스를 넘어, 고객 데이터와 AI 기반 솔루션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도 초점을 맞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국민은행이 고객 기반을 다각화하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벌써부터 눈길을 끄는 새로운 시도도 있다. 오는 3월 24일부터 국민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 이는 국민은행이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중요한 이정표일 수 있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임베디드 금융 강화도 이 행장이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회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체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벅스 앱 내에서 KB국민은행 계좌를 연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GS리테일, 제너시스BBQ 등과 협업해 ‘GS페이’ ‘BBQ페이’ 등의 간편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처럼 KB국민은행은 비금융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 편의성, 은행 접근성을 높인다는 청사진이다.

새해부터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전개하는 KB국민은행. (연합뉴스)
새해부터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전개하는 KB국민은행. (연합뉴스)

인니 부코핀은행 흑자전환 숙제

물론 이 행장이 풀어야 할 어려운 매듭도 있다.

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을 정도인 이 법인은 2조원 이상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흑자전환에 실패, 대내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KB금융그룹 전반의 해외 사업 전략 역시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부코핀은행 구조를 재조정하고 디지털 금융을 활용한 효율성 증대를 통해 연내 흑자전환을 일궈내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또한 현지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중 가계여신 자산이 가장 많으나 가계부채 관리·규제 강화 기조로 가계여신 부문 성장성·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 중소기업 고객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 고객 비중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좋은 열매는 미래를 위해 남긴다’는 의미로, 이 행장 경영 철학의 핵심이다. 그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경영에 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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