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최측근
'낙하산' 꼬리표 극복은 숙제
'낙하산' 꼬리표 극복은 숙제

새로 임기를 시작한 강 행장은 농협은행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부문장 출신의 디지털 전문가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1996년 농협중앙회 카드사업부 과장, 2007년 삼성동지점 팀장, 2008 서울지역본부 강북개인고객팀장 등을 거쳐 2012년 농협은행으로 옮겼다. 이후 인사부 노사협력팀장, 인사부 인사팀장, 정부서울청사지점장,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 등을 2017년까지 역임했다.
이후 그의 커리어 중심에는 '디지털'이 있었다. 2018년 강 행장은 농협은행의 올원뱅크사업부장으로 은행의 핵심 디지털 업무를 맡게 됐다. 올원뱅크는 농협은행이 2016년 출시한 종합 모바일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생활형 비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강 행장은 2018년 당시 올원뱅크 사업을 이끌며 은행의 디지털 부문을 강화했다.
이어 2019년 디지털전략부장을 거쳐 2023년 농협은행 DT 부문장으로 발탁됐고 2024년 NH농협캐피탈 부사장으로 선출됐다.

내부통제 강화도 강 행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앞서 농협은행에서 지난해 횡령·배임 등으로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는 6건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가장 많다.
이와 관련해 강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 '금융사고 제로(zero)화'를 선언했다. 그는 "고객이 농협은행을 믿고 안심하며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취임식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실천 서약식을 진행하는 등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은 강 행장에게 조직 내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는 한편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기도 한다. 강 회장과 같은 경남 출신인 강 행장은 농협에서 '강호동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농협금융 계열사 내 자신의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경남 출신 강 행장을 앉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농협 내부에서 중앙회의 영향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농협은행뿐 아니라 다른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도 최측근을 선임하는 등 농협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신임 사장 역시 경남 합천 출신이며 '강호동 라인'으로 분류된다. 박병희 농협생명 신임 대표도 경북 청도 출신으로 '경상도 인사'로 묶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농협금융지주에 중앙회가 부당하게 경영·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음에도 여전히 경남 출신 인사가 주요 계열사 후임 자리로 배정받은 것이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