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위 모두 AI관련 기업
메타·아이렌·오라클 등 몰려
![[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1/news-p.v1.20251010.e5d97d203e1b4e3b9e61fa92911444ce_P1.png)
전세계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달들어 서학개미들이 다시 관련주를 집중 매수하고 나섰다. AI 밸류체인에 있는 반도체, 소부장, 장비, 전력 등만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겠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급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 홀로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공포증도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3~9일) 서학개미들의 하루 평균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2억4837만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후 사상 최고치다. 주로 서학개미들이 많이 사들인 것은 인공지능 관련주였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AI 관련주 급등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개별 주식 가운데 메타를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메타의 순매수 규모는 1억1517만달러(약 1636억원)에 달했다. 이어 아이렌(9798만달러), 오라클(7290만달러), 브로드컴(6678만달러), 팔란티어(6318만달러) 등도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상위 5개 모두 AI 관련주인 셈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기반으로 AI 선두 경쟁을 벌이는 빅테크 기업이다.
오라클과 팔란티어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브로드컴은 AI 반도체 제조사다. 아이렌(아이리스에너지)은 재생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사업으로 진출을 선언했다.

서학개미는 지난 9월엔 이더리움 비축기업인 비트마인, 8월엔 워런 버핏이 투자한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AI관련주가 급등하면서 고점에 대한 불안감 등에 타 업종 주식에 몰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점 논란에도 지속적인 상승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 역시 태세를 전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관련 발표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면서 AI관련주들은 급등을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오픈AI와 향후 5년간 6기가와트 규모의 GPU 공급계획을 밝힌 AMD 주가는 발표 당일인 지난 6일(현지시간) 23.71% 급등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피그마도 같은 날 오픈 AI가 챗GPT와 대화 중 이 회사 서비스를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히자 주가가 급등했다. 피그마 주가는 지난달 말보다 31%나 상승한 상황이다.
특히 메타로 자금이 쏠린 것은 실적 기대감도 한몫했다.
메타는 3분기 실적을 오는 29일 장 마감 뒤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광고에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매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메타는 지난 7월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3분기 매출 예상치도 475억∼505억달러로 높였다. 이는 증권가의 예상치 461억4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도 메타의 목표 주가를 897달러에서 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 장세의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주도 상승세(모멘텀) 지속으로 글로벌 증시가 강세 흐름(랠리)을 보이고 있으며, AI 산업을 필두로 한 반도체 상승세는 유효하다”면서도 “단기 차익실현 심리 유입 가능성이 존재하고, AI 버블론과 미국 경기 우려 등 이슈가 유입될 시 증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재무적인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라클, AMD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주가 급등의 원인이 된 오픈AI는 자금 조달 능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투자금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는 ‘순환 거래’ 의혹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과 공급업체 간의 투자, 구매, 수익 공유가 얽힌 복잡한 폐쇄형 구조가 형성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은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