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26명으로 10년 새 70% 늘어
재혼가정 10곳 중 1곳이 65세 이상
외모·경제력·다정함이 ‘선택 기준’
남성은 연금·수입 있는 여성 선호
여성은 외모 중시·보수남은 기피

# 올해 68살인 민모씨는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에 가입해 재혼상대를 찾고 있다. 민씨는 배우자의 외도·가출로 15년 전 이혼한 뒤 슬하에 딸 1명을 키웠다. 이후 딸이 혼인해 분가하자 민씨도 청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민씨는 “재혼보다는 연애에 무게를 두고 연하 3세부터 연상 4세 나이의 남자분을 만나고 싶다”면서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잘생긴 남자를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 72살 남성 A씨(대기업 출신 직업학교 교수)와 66살 여성 B씨(여성복 가게운영)는 재혼을 앞두고 있다. A씨는 배우자와 사별했고, B씨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전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다. A씨는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을 원했고 외모가 출중한 B씨를 만나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B씨 역시 경제적으로 안정된 A씨를 선택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황혼재혼’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재혼자는 632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 재혼자 중 남성은 3896명, 여성은 2430명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지난해 고령 재혼자 숫자는 10년 전인 2015년 3741명 대비 70% 증가했다.

전체 재혼자 숫자는 인구감소·나홀로족 증가 등으로 2005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는데 반해, 고령자 재혼은 최근 10년새 계속 늘고 있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체 재혼자 중 고령자 재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엔 9.6%까지 증가했다. 재혼가정 10곳 중 1곳이 고령자 재혼이란 이야기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에 따르면, 많은 고령자가 △ 무미건조한 삶에서의 탈피 △ 불안한 노후에 대한 대책 △ 사회적 지지·희로애락의 공유 등을 이유로 황혼재혼을 택한다.
특히 황혼재혼을 택하는 고령여성이 2015년 1069명에서 2024년 2430명으로 2.4배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황혼재혼에 성공한 고령여성 연평균 증가율은 8.6%로 같은 기간 남성 3.8%의 2배가 넘었다.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면서 고령 여성도 떳떳하게 황혼재혼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온리유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여성 상담자 중 약 60%는 연상도 배우자감으로 선호하나 연하나 동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들 여성은 배우자 조건으로 외모를 가장 중시했으며, 단신, 노안, 왜소한 신체, 비만 등을 거절요소로 꼽았다. 보수·꼰대적 성향보다는 따뜻하고 다정다감하며 배려심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겼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고령 여성이 연하남을 선호하는 것은 최근에 나타난 황혼재혼 트랜드”라며 “고령 여성들은 재혼하면 배우자와 격의 없이 친구같이 지내고싶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한다”라고 설명했다.
고령 남성의 경우는 △ 빚이 없고 최근까지 일을 해왔거나 계속 해갈 여성 △ 연금 수혜자 혹은 임대업 등 고정수입이 있는 여성을 주로 선호하고 있다. 손 대표는 “남성도 전처와 이혼하면서 재산 분배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재혼할 여성이 다소나마 재산을 보완해주길 희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계속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황혼재혼 건수도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지금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엔 황혼재혼을 선택하는 고령인구가 연간 1만명 단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