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셰플러 1타 차로 따돌려
317야드 장타·짠물 퍼트가 원동력
“가족들과 기쁨 나눌 수 있어 행복”

호주교포 이민지의 동생으로 유명했던 이민우가 마침내 자신의 이력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추가했다. 지난해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그는 56번째 출전 대회인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민우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셰플러, 개리 우들런드(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 첫 정상에 오른 그는 우승 상금으로 171만달러를 받았다.
2016년 US 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챔피언 출신인 이민우는 아마추어 맹활약을 펼친 뒤 2018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한국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이민우가 아닌 LPGA 투어 통산 10승을 거둔 이민지의 동생으로 불렸다.
2018년 겨울 당시 PGA 투어의 2부 투어였던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부진하며 풀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이민우는 DP월드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실력을 계속해서 쌓아간 그는 지난해 처음 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그는 곧바로 PGA 투어에 적응했다. 지난해 코그니전트 클래식과 로킷 모기지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페덱스컵 랭킹 6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앞서 DP월드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각각 3승, 1승씩을 올렸던 이민우는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이민우가 셰플러 등을 따돌리고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장타와 날카로운 퍼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체격이 크지 않지만 강력한 몸통 스윙을 하는 이민우는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317.1야드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시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57개로 나흘간 26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민우는 이날 우승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번주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침착하게 이겨냈다. 셰플러와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내가 자랑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족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이민우는 “우승을 차지한 뒤 가족들과 통화했는데 어머니는 울고 계셨다. 아버지 역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적이 잘 나오고 있지 않는 누나 이민지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페어웨이를 웬만해서는 놓치지 않는 누나는 로봇처럼 티샷을 똑바로 친다. 최근 롱 퍼터로 바꾼 뒤 퍼트감이 좋아졌는데 곧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15언더파 265타를 적어내 공동 5위를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PGA 투어 통산 상금 1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공동 5위 상금으로 33만7844달러를 받은 매킬로이는 통산 상금 액수를 1억4만6905달러로 늘렸다. 매킬로이는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PGA 투어 통산 상금 1억달러를 돌파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 통과에 성공한 임성재는 4언더파 276타 단독 60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