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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과 함께 '괴물'로 변한 '섬 그린'

조효성 기자
입력 : 
2025-03-16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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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초속 48㎞에 달하는 강풍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고, 17번홀 '섬 그린'에서는 선수들이 평균 3.36타를 기록하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민우는 6타를 잃고,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16m 거리에서 3퍼트를 하는 등 많은 선수가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보였다.

대회 최종일에는 더 강한 바람과 비가 예상되어 경기 방식이 조정되었고,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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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R
시속 48㎞에 달하는 돌풍
오후조 선수들 순위 급락
146야드 거리 파3 17번홀
보기 15개, 더블보기 8개
버디는 단 5명만 기록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 17번홀은 2라운드 때 '버디 홀'이었지만 강풍이 분 3라운드에선 선수들을 가장 괴롭힌 홀로 변신했다. AP연합뉴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 17번홀은 2라운드 때 '버디 홀'이었지만 강풍이 분 3라운드에선 선수들을 가장 괴롭힌 홀로 변신했다. AP연합뉴스


146야드 파3홀. 아마추어 골퍼라면 9번 아이언 풀스윙이나 8번 아이언으로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거리다. 프로 골퍼라면 더 짧은 웨지로 홀을 직접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홀이 거대한 호수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섬 그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에 시시각각 바뀌는 돌풍이 더해지면 프로 골퍼들의 혼을 쏙 빼놓는 '지옥 홀'로 변신한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달러) 3라운드. 전날까지 화창하고 고요한 코스에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최대 시속 48㎞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닥치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날 선두로 출발한 호주동포 이민우는 이날 6타를 잃었고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콜린 모리카와(미국) 등 우승 후보들도 오버파를 면치 못하며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미국)는 85타, 윌 잴러토리스(미국)는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는 등 후반 9개 홀에서만 무려 8타를 잃었다. 이날 마지막 10개 조, 20명의 평균 타수는 무려 75.3타에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뿐이었다. 가장 좋은 성적은 단독 선두로 나선 JJ 스폰(미국)이 기록한 2언더파 70타였다.

특히 시그니처 홀인 '섬 그린' 17번홀은 이날 선수들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바람을 막아줄 나무도 없는 환경 탓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돌풍에 맞춰 샷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날 10개의 볼이 물속에 빠졌고 평균 타수 3.36타로, 18개 홀 중 세 번째로 어렵게 경기가 펼쳐졌다. 세계 최고 선수 중에서도 단 5명만 버디에 성공한 반면 보기는 15개, 더블보기는 8개나 속출했다.

전날 2라운드 평균 타수는 2.92타, 버디가 37개나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과 극'의 모습이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이 홀에서 안전하게 볼을 그린에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약 16m 거리에서 3퍼트를 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공을 물속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또 루카스 글러버(미국)와 잴러토리스의 볼도 갑자기 불어온 강풍 탓에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스폰이 중간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가운데 아마추어 당시 골프계를 흔들었던 버드 콜리(미국)가 11언더파 205타로 2위에 자리했다. 콜리는 마지막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아내며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인 6언더파 66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랭킹 251위인 그는 대기선수 1번으로 대회장 근처에 머물다 리 호지스(미국)가 갈비뼈 부상으로 기권하자 대타로 출전해 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폭주기관차' 김주형이 강풍을 뚫고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4언더파 212타로 공동 22위에 올랐다. 5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가 더블보기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순위를 무려 43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임성재는 이날 4타를 잃고 중간 합계 2오버파 218타로 안병훈과 함께 공동 56위에 올랐고, 김시우는 중간 합계 3오버파 219타로 62위를 기록했다.

강풍에 심신이 지친 선수들은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마저 줄었다. 대회 최종일에 바람이 더 불고 비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회 조직위원회는 최종 라운드를 1번홀과 10번홀 양쪽에서 '3인 1조'로 출발시키기로 했다. 티타임도 앞당겼다. 우승상금 450만달러(약 65억원)를 차지하기 위한 골프 전쟁은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까지 테스트하는 무대가 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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