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우즈·러셀·크리스 김 등
특급 기대주들과 맞대결 펼쳐
R&A 주니어 제패하며 자신감
2개 대회 연속 챔피언 정조준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 골프계가 주목한다. 지난 17일 R&A 주니어 오픈 정상에 오른 뒤 미국골프협회(USGA) US 주니어 아마추어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는 안성현의 이야기다. 만 19세 이하의 프로 골퍼를 꿈꾸는 아마추어 골퍼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어하는 US 주니어 아마추어는 23일(한국시간)부터 28일까지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지난 5월 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연령별 상위권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낸 안성현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이틀간 진행되는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상위 64명 안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셋째날부터 마지막 날까지는 단판 승부로 진행되는 1대1 매치플레이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야 우승컵을 품에 안게 된다.
출전 선수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이하 미국)의 아들 찰리를 비롯해 지난 4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2부 격인 콘페리투어 최연소 컷 통과 기록(만 15세 5개월 17일)을 세운 마일스 러셀, DP월드투어 최연소 컷 통과 기록(만 14세 6개월 6일) 보유자 레브 그린버그(우크라이나) 등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지난 5월 PGA 투어 더CJ컵 바이런넬슨에서 컷 통과에 성공한 한국계 크리스 김(잉글랜드·한국명 김동한)이다.
전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것으로 알려진 또래 선수들과 대결을 앞둔 안성현은 기대감은 드러냈다. 그는 “기사와 TV로 보던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골프를 얼마나 잘칠지 궁금하다”며 “경쟁에서 양보는 없다.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안성현은 한국에서 기록 제조기로 유명하다. 2022년 만 13세 5개월 3일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연소 컷 통과 기록(만 13세 3개월 19일)까지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안성현은 “쟁쟁한 선수들이 많지만 나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정교한 장타와 날카로운 퍼트 등 나만의 장기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며 “지난주 R&A 주니어 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R&A에 이어 USGA 주관 대회 정상에 오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5일간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플레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안성현은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플레이 모두 좋아하는 방식이라 그런지 큰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플레이에 맞는 전략은 일찌감치 세웠다”며 “2022년 영건스 매치플레이 정상에 오른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당당하면서도 자신 있게 이번 대회를 잘 치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에 남다른 욕심을 내는 이유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뒤를 이어 역대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다. 우즈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조던 스피스(미국)는 2009년과 2011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스코티 셰플러와 윌 잘라토리스(이상 미국), 이민우(호주) 등이 이 대회 챔피언 출신이다.
안성현은 “우즈와 스피스, 셰플러의 뒤를 이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은 상당하다”며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64명 안에 이름을 올린 뒤 매치플레이에서는 전승을 달성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부상도 하나 있다. 2025년 메이저 대회 US오픈 출전권이다. 안성현은 “메이저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 대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분은 어떨지 궁금하다”며 “이번 대회 역시 출전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전을 거듭해 언젠가는 꼭 메이저 챔피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7일 R&A 주니어 오픈이 끝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온 안성현은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연습 라운드를 소화하는 등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연습 라운드를 몇 차례 돌며 다음 샷을 하기 편한 지점과 반드시 피해야하는 지점 등을 확인했다. 버디를 노리는 홀과 타수를 지켜야 하는 홀도 확실하게 정했다”며 “성적보다 중요한 건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차분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안성현은 부모님과 누나, 동생 등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언제나 내 편이 되주는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누나와 동생도 골프를 치는데 삼남매가 모두 잘해서 한국을 빛내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