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환의 미국에서 성공하기] 미국 취업 이민(EB-2) 비자를 받으려면 보통 기업(고용주)이 지원(스폰서) 해줘야 하는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고학력 독립이민인 NIW(National Interest Waiver)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고용주 지원 없이도 취업 이민이 가능하다. 신청자가 미국 국익에 크게 기여할 인재임을 입증하면 굳이 노동 인증(고용주 스폰서) 없이도 영주권을 받는다.
NIW가 노벨상 수상자나 실리콘밸리의 거물만 시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 자격 요건(석사 학위 이상, 혹은 학사 학위+5년 경력)을 충족해서 미국에 어떻게 기여할지 제대로 풀어내면 누구든 허용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 연구원 A의 사례를 보자. 그는 아주 많은 논문을 내지는 않았지만 태양광 패널 효율을 개선하는 혁신적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게 미국 내 그린 에너지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부 지원 프로젝트 이력과 공동 연구기관 추천서 등이 뒷받침되면서 NIW 승인받았다. 논문 수나 학계 인지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연구 성과가 미국 에너지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준 점이 결정적이었다.
NIW 핵심은 “왜 내가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미국 입장에서 풀어내는 데에 있다. 가령 다음 분야들은 NIW 스토리를 짜기에 유리하다.
① 연구·개발(R&D)이다. 논문, 특허, 학회 발표 등의 성과를 토대로 해당 기술이 미국 산업에 큰 이익을 준다는 논리로 이어져야 한다.
② 비즈니스·창업 사례이다. 스타트업 기술(또는 서비스)로 미국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시장 크기, 고용 창출, 투자 유치 등 구체적 지표로 제시한다.
③ 예술·문화 분야이다. 미국 문화의 다양성과 혁신을 이끌 독창적 프로젝트나 작품성을 강조한다.
④ 사회·교육 분야로 미국 지역사회 발전과 공익적 영향 등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B도 좋은 예다. 한국과 미국 간 교육 교류 플랫폼을 만들고 미국 학생들에게 새로운 언어·문화를 소개해 미국 내 외국어 교육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여러 학교 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추천서가 함께 제출됐고 단순 비즈니스가 아닌 미국 교육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중요한 건 구체성이다. “함께 일했는데 대단하다”라는 식이 아닌 해당 프로젝트에서 30% 이상 비용 절감을 이루고 회사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숫자나 성취 지표를 제시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NIW 승인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예술, 문화, 사회운동 등으로도 확산한다. 미국 정부가 단순히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도 국익 기여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대무용 안무가 D도 NIW 승인받았다. 국제 콩쿠르에서 여러 번 수상 경력이 있고 미국 무용계에서도 관심받는 독자적 스타일을 갖춘 인재였다.
공연예술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추천서와 언론 보도기사를 동원해 어필한 끝에 승인을 끌어냈다.
NIW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미국에 내가 필요할까?”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본인이 가진 역량·업적과 미국 산업·사회·교육·문화·기술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수상 경력이 부족한데 될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 승인 사례를 보면 꼭 어마어마한 타이틀이 아니어도 된다. 특허, 논문, 프로젝트, 수상, 매출, 투자유치, 사회적 영향력 등에서 미국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분명하다면 충분하다.
미국 이민이라는 긴 여정에서 NIW는 생각보다 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직접 스폰서’라는 구조 때문에 서류와 논리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스폰서 없이도 도전하는 강점이 있다.
연구, 기술, 예술, 비즈니스, 사회혁신 등 어느 분야이든 본인 역량이 미국 국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잘 보여주면 된다. 미국에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증명을 해내는 게 관건이다.
[홍창환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