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짜오 베트남 - 330] 영국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와 갤럽, UN 등이 공동으로 최근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베트남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전체 143개국 가운데 46위에 올라 역대 최고 순위를 달성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58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했습니다. 행복지수에서 한국이 베트남에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순위 정체 또는 하락을 겪었지만 유독 베트남만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행복보고서의 행복 순위는 주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만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베트남 내부에서는 ‘이제 우리가 한국을 이겼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행복지수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제조업 수출 호조를 기반으로 고용과 소득 수준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청년층 고용 개선과 지방 지역의 소득 증대는 국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베트남 정부는 의료 서비스 개선, 교육 확대,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빠른 경제 회복 역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국민들의 정서적 만족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공동체 중심의 생활문화와 가족 중심의 유대감이 강한 사회 구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한국은 올해 행복지수에서 58위에 머무르며 다소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청년층의 삶에 대한 비관적 전망입니다.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고용,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20~30대 세대는 삶의 만족도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 전반의 갈등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불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며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혼자 식사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고립형 삶’이 늘어난 현상도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또한 소득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삶의 질 격차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행복 격차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전체적으로는 핀란드가 올해도 7.736점을 기록하며 8년 연속 행복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보편적인 복지 제도와 높은 교육·의료 접근성, 그리고 높은 사회 신뢰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습니다. 미국은 6.728점으로 역대 최저인 24위에 머물렀습니다. 2012년 11위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정치 양극화와 사회적 단절, 그리고 30세 이하 청년 세대의 낮은 삶의 만족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혼자 식사하는 인구가 53% 증가했으며, 이는 사회적 연결망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오히려 순위가 상승해 8위에 올랐습니다. 강한 공동체 의식과 생존력, 그리고 국민들의 연대감이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의 약진도 눈에 띕니다. 코스타리카와 멕시코는 각각 6위와 10위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행복한 국가 톱10’에 진입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강력한 사회적 유대, 이웃과의 상호작용, 종교와 공동체 중심의 생활문화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올해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여성의 행복 점수는 1.16점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시에라리온, 말라위, 레바논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고 이들 국가는 전쟁과 정치 불안, 빈곤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베트남의 사례는 개발도상국도 정책적 선택과 사회적 유대 강화, 그리고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하면 행복지수 측면에서 충분히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1인당 GDP 등 외형적인 성장 지표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모습입니다.
물론 주관적 통계 한 건에 대해 베트남에 밀렸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다만 ‘한국을 이겼다’며 반가워하는 베트남 현지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