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데뷔 조급할 때도...한발한발 나아가고 있죠”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압도적 게이픽’이라는 호칭을 얻은 배우 권혁(36)이 이번엔 허당미 가득한 남편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지난 27일 종영한 KBS Joy 새 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연출 민지영, 극본 조유진 최룡, 이하 오지송)은 하루아침에 파혼당하고 살벌한 신혼집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서 N잡, N캐 인생에 시달리는 지송이(전소민 분)의 파란만장한 신도시 생존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미주, 유럽, 인도, 대만, 베트남, 페루 등 총 60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오늘도 지송합니다’는 OTT 스트리밍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권혁은 극 중에서 지송이의 전남친이자 안찬양(장희령 분)의 남편 석진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권혁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희 드라마가 일주일에 하나씩 방송돼서 언제 끝나나 했는데 벌써 끝나서 신기하고 감개무량하다. 매주 챙겨봤는데, 좋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날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느낌”이라며 종영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난 1월초까지 ‘오늘도 지송합니다’를 촬영한 권혁은 오디션을 통해 석지호 역을 거머쥐었다.
그는 “1차 오디션 때는 감독님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더라. 2차 때는 대본 리딩을 했고, 절 뽑으셔야 한다고 어필을 열심히 했다. 대본도 재미있었고 석진호가 저와 비슷한 모습도 있어서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제가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어서 너무 욕심이 났다”고 털어났다.
이어 “저와 석지호는 70% 정도 닮은 것 같다. 허당미 넘치는 모습이나 사랑꾼이라는 점이 닮은 것 같다. 다른 점은 전 석진호처럼 눈치가 없지는 않다. 전 사회화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그는 “저의 모습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대본에 있는 걸 잘 살리고 싶어서 열심히 파고 들었다. 코미디 작품도 많이 봤다. 평소 배우 강하늘의 코미디를 좋아해서 다 챙겨봤는데 다시 한번 챙겨봤다. 따라하려고 한 건 아니고 코미디의 느낌이나 호흡을 익숙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첫 코미디 연기는 어땠을까. 그는 “확실히 어려웠다. 코미디 호흡을 살리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도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또래들이 많았고 현장 자체도 왁자지껄한 느낌이었다. 이전 작품들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이번 작품은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지만 코미디가 바탕이라 서로 깔깔 웃으며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밝고 웃음이 많았던 ‘오늘도 지송합니다’ 현장의 중심에는 최다니엘과 전소민이 있었다.
권혁은 “최다니엘 선배가 정말 웃기더라. 예능에서 본 모습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재미있는 분이더라.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스태프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선배가 있는 곳에 웃음이 가득했다. 선배랑 부딪치는 신은 많지 않았지만, 장난도 치고 즐거웠다”며 “전소민 선배도 유명하지 않나. 제겐 연예인 같았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 저말 소탈하고 솔직하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줬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장희령에 대해 “저도 장희령도 낯가리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는데 촬영하면서 점점 편해졌다.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배려해줘서 저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저희 부부 호흡은 90점을 주고 싶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현장이 즐거웠다. 마음 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거운 톤은 아니라서 다들 즐겁게 촬영했다. 스태프들도 너무 잘 챙겨줬다. 촬영하다가 고민이 있어서 물어보면 다들 잘 들어주고 정말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권혁은 “철저하게 대본에 있는 것들을 살렸다. 애드리는 없었다”며 “결혼한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있고 제가 평소에 꿈꿨던 결혼 생활이나 그런 것들을 상상해 보면서 연기했는데 다행히 촬영 시작할 때와 쫑파티 때 작가님을 뵙게 됐는데, 석진호를 잘 살려준 것 같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권혁은 2020년 JTBC ‘우아한 친구들’로 데뷔 후 드라마 ‘밥이 되어라’ ‘미씽2: 그들이 있었다’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시리즈 ‘폭군’, 티빙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오늘도 지송합니다’로 열일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는 “2017~2018년에 단역하다가 2020년 ‘우아한 친구들’로 데뷔했다. 제가 28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은 있었는데 워낙 내성적인데다 끼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어려워해서 상상도 못했다. 꿈이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았다. 취업 준비를 하던 중 계속 떨어지다가 승무원 시험을 봤는데 2차 면접에서 떨어지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니 면접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결국 면접에 떨어졌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1년 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알바하며 학원비를 벌어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처음 연기자를 꿈꾼 시작은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감명 받았다. 수많은 사람이 나오는데 배우들 하나하나가 멋있더라. 주인공은 못하더라도 그 일원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싶더라. 저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드라마 영화, 소설도 좋아했다. 한국 영화도 사랑했고 저의 꿈이고 로망이었다”고 털어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만큼 절실했고, 그래서 더 조급하기도 했단다.
그는 “주변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안정되어가고 가정을 꾸리거나 자기 플랜을 세워서 살아가는데 난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하고 조급해지더라. 오디션도 계속 떨어지고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이렇게 안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정말 대본을 미친듯이 파고 들었는데 감독님이나 제작진에게 제 조급함이 다 보였던 것 같다. 덜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처음엔 그게 안 됐는데, 어느 순간 조급함이 날 갉아 먹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내가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안되는 구나 싶더라.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여행도 다니고 연기랑 조금 떨어지려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제 조금 자유로워지고 있다.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병행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연기만큼 절 행복하게 하는 게 없다.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셨는데 이제는 저보다 절 믿고 응원해주신다. 제가 힘에 부칠 때마다 더 잘할수 있다고,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격려해주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권혁은 차근차근, 꾸준히 올해도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오늘도 지송합니다’를 하면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안했다. 심장은 쿵쾅쿵쾅 뛰는데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 저에겐 나름 뜻깉은 순간이었다. 제 SNS에도 잘 보고 있다는 말을 해주는 응원 댓글을 보며 큰 동력을 얻었다. 제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니, 어떤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늘 목표를 세웠는데, 올해는 안 세웠어요. 그냥 제게 주어진 것을 잘 소화하고 싶어요. 그리고 항상 도전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을 보면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 멋있더라요. 저도 언제나 도전하고 식상해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는 저도 시청자들더 작년보다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