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는 692g로 가벼워 소지하기 수월
고해상도 아몰레드 패널로 색감 돋보여
육각형 디자인 S펜 덕에 필기감도 향상
AI 웹페이지 요약·실시간 번역 돋보여
현존하는 태블릿 중 가장 완성도 높아
1TB 200만원 넘는 비싼 가격은 단점

태블릿은 늘 정체성의 경계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처럼 항상 휴대하기에는 크고, 노트북만큼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S11 울트라’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등장했다. 삼성은 이번 제품에서 한층 강화된 성능과 확장된 활용성을 내세우며 태블릿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연 이 제품은 태블릿의 한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까. 2주간의 실사용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점검했다.

제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인상은 강렬했다. 14.6인치 대화면임에도 두께는 5.1mm, 무게는 692g(와이파이 모델 기준)에 불과해 ‘태블릿이 이렇게 얇을 수 있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손에 쥐면 무게감보다 얇은 두께가 먼저 느껴졌고, 동급 크기의 노트북과 비교해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도 훨씬 수월했다. 물론 장시간 손에 들고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실사용 환경에서는 주로 거치해 쓰는 경우가 많아 큰 불편이 없었다.
디자인에선 절제된 인상이 두드러졌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형태를 유지했다. 사용자 취향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특히 금속 재질의 표면 마감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화면(디스플레이)은 이번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고해상도의 아몰레드 패널이 적용돼 영상 콘텐츠에서 깊은 색감과 선명한 대비가 돋보였다. 특히 영화나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장면에서 디테일이 뚜렷하게 표현돼 시각적 만족감이 높았다.
또한 베젤(화면 테두리)은 약 5.2mm로 얇아져 대화면임에도 시각적 부담이 줄었고, 몰입감이 한층 강화됐다. 화면 밝기도 충분해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글자 가독성이 좋았고, 다양한 각도에서도 색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S펜은 이번 세대에서 한층 달라졌다. 새롭게 적용된 육각형 디자인 덕분에 손에 쥐었을 때 연필에 가까운 그립감을 줬고, 화면 위에서 움직일 때의 질감도 자연스러웠다. 종이에 펜으로 쓰는 듯한 터치감 덕분에 메모 작업이 부드럽게 이어졌고, 장시간 사용해도 손의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드로잉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펜을 세워 쓰거나 눕혀 쓸 때 기울기를 정교하게 인식해 선의 굵기와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실제 그림 도구를 다루는 듯한 감각을 제공해 간단한 스케치는 물론 전문적인 디자인 작업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번 S펜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이 빠지면서 카메라 원격 촬영이나 미디어 제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넘기기와 같은 부가 기능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점은 관련 기능을 자주 활용하던 사용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반면 별도의 배터리 충전이 필요 없어진 덕분에 실사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편리했다.


보관 방식은 다소 아쉬웠다. S펜을 본체 측면에 자석으로 부착할 수 있었지만 자력이 약해 이동 중 떨어질 때가 있었다. 분실 우려가 있는 만큼 자석 고정력을 강화하거나 보조 거치 방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소프트웨어 주요 기능 면에서는 인공지능(AI) 지원 덕분에 생산성이 확실히 높아졌다. 해외 논문을 찾아보거나 기술 문서를 확인할 때 갤럭시 AI가 제공하는 웹페이지 요약과 실시간 번역 기능이 특히 유용했다. 복잡한 영어 문서를 단 몇 줄로 정리해 보여줘 핵심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번역 결과도 자연스러워 별도의 번역 앱을 켤 필요가 없었다.
한편 화면 공유를 통해 AI와 직접 질의 응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제미나이 라이브’는 아직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보의 정확도가 들쭉날쭉해 실사용 단계에서는 자주 활용하기 어려웠다. 다만 기능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고, 향후 개선된다면 업무 보조 도구로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태블릿에 탑재된 기본 애플리케이션(앱) 중에선 ‘삼성노트’가 특히 돋보였다. 노트의 녹음 기능은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핵심만 요약해 장시간 회의나 인터뷰에서도 효율적이었다.
온·오프라인 강연을 들을 때도 유용했다. 노트에 PDF 형태로 불러온 슬라이드 위에 필기한 내용과 녹음이 시간축으로 연결돼, 이후 해당 부분을 다시 재생하며 내용을 복기할 수 있었다. 학습이나 취재 현장처럼 놓치기 쉬운 순간을 다시 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갤럭시 탭 S11 울트라는 현존하는 태블릿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부담을 느낄 요인이 크다. 와이파이 256GB(기가바이트) 모델 기준 159만8300원부터 시작해 1TB(테라바이트) 모델은 200만원을 넘는다. 웬만한 노트북과 맞먹는 가격인 만큼 명확한 용도와 활용 목적이 있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사용 경험으로는 울트라 모델의 스펙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노트북과 병행해 사용할 계획이거나 학생·직장인 등 영상 시청과 필기가 주된 목적이라면 기본 모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반면 이미지나 영상 제작 등 전문적인 창작 작업이 많다면 울트라 모델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