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적 실용주의가 미래결정”
‘K이니셔티브’ 출마비전 제시
선대위원장에 ‘친문’ 윤호중
계파 가리지 않고 캠프 등용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출마 때보다 더 절박해졌고 간절해졌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대선에 출마하는 이 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이재명이 좀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직전 대선에서는 0.72%포인트 차이로 패배했지만, 6·3 대선을 앞둔 현시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주자로서 더욱 강한 무게감 느낌고 있음을 직접 표현한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경쟁이었다면,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을 것인지 제 자리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면”이라며 “최소한 지난 대선에서는 반국가 세력에 의한 공동체 파괴의 위협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선 출마 비전으로 이 전 대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극심해진 진영 문제를 실용주의로 뛰어넘어 한국이 ‘세계의 표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이 새 희망의 미래를 여는 레벨업(Level-Up)의 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먹사니즘 토대 위에 신세계를 설계하는 잘사니즘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K-이니셔티브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질적 성장 △잘사니즘 △주도적 기술 육성 등을 내세웠다.
또 이 전 대표는 “어떤 사상, 이념도 시대의 변화를 막지 못한다.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향해 팔을 뻗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실용주의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와 관련해서도 “‘자국 우선주의 세계대전’이 시작됐다”며 “우리 안의 이념과 진영 대결은 우리가 맞닥뜨릴 거대한 생존 문제 앞에서는 모두 사소한 일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이라도 뒤처지면 도태 위험에 노출된 추격자가 되지만 반걸음이라도 앞서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된다. ‘모방한 기술’로 이룩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을 ‘주도적인 기술’로 전환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경선 캠프의 메인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외교 강국, 질적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 강국,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민주주의 강국, 세계 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선 캠프 인선도 발표했다. 캠프 좌장인 선대위원장은 5선 윤호중 의원, 총괄본부장은 3선 강훈식 의원이 맡았고 공보단장과 종합상황실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박수현(재선) 의원과 한병도(3선) 의원이, TV토론단장에는 이소영(재선) 의원 낙점됐다. 이들은 계파 색채가 옅거나 친문 출신으로 분류된다.
전략을 짜는 정무전략본부장은 원조 친명 그룹인 ‘7인회’ 출신 3선 김영진 의원, 이 후보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당 대표 비서실장을 했던 재선 이해식 의원이 임명됐다. 친명 4선인 윤후덕 의원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친명 성향 초선 강유정 원내대변인이 캠프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일극 체제’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친명(親이재명) 색채가 강하지 않은 인사들에게 캠프의 중책을 맡기면서 ‘원팀’ 과 ‘통합’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 공식 카페인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개설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카페에 “마음껏 수다를 떨어달라. 자랑도, 응원도, 여러 제안도 좋고, ‘이건 아니지’ 혼쭐을 내주셔도 좋다. 다만 우리가 민주주의자라는 사실만 기억하자”는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경선 룰을 놓고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내 논의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일반 국민 50%·권리당원 50%)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민주당은 19대와 20대 대선에선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대리인인 고영인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 논의가 심각히 우려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국민선거인단을 없애려는 방향이라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전 의원 측 백왕순 김두관캠프 대변인도 입장문을 내고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보자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고 룰미팅을 한 번도 갖지 않았다”며 “당사자인 후보들 의견을 하나도 포용하지 못하는 친이(親이재명)계 지도부가 어떻게 중도층과 국민을 포용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