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비현실적이며 황당무계한 계획”
![북한 영변 핵시설단지 위성사진. [매경DB 자료사진]](https://pimg.mk.co.kr/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4bb80f9d735b43ce815eb4ac0169b1f7_P1.jpg)
북한이 지난주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대해 18일 정부 공식 담화를 통해 정면 비판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핵은 곧 평화이고 주권이며 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 수단”이라며 ‘강대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을 거론하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북측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의 집단적 대결과 충돌을 고취하는 미일한의 모험주의적 망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라며 “적대국들의 그 어떤 도발과 위협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이번 담화를 내부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 실어 주민들의 대미 적대 의식을 높이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언론 인터뷰 때 나왔던 ‘불량국가’ 등 부정적 대북 발언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이 아닌 비난성 논평 등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한·미·일 외교수장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자, 정부 공식 입장에 해당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응 수위를 높였다.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차 독일에 출장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외교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pimg.mk.co.kr/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f9bc9078dd914445a9fc415d5458fa44_P1.jpg)
북측은 담화에서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대해서는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치 무지몽매한 원시인들이 현대인에게 원시사회로 되돌아올 것을 간청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북측은 “그 표현마저도 기억에서 삭막해진 비핵화라는 실패한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미국의 현실 도피적인 입장에 대하여 맞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 동결·군축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화도 거부하겠다며 허들을 높인 셈이다.
북측은 담화에서 “미국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비효과적인 압박수단에 계속 매달릴수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전략적 힘의 상향조정에 필요한 새로운 기회를 계속 잡게 될 것”이라고 무력시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은 (한미일이 요구한) 비핵화 주장의 비현실성을 비판하고, 초기부터 비핵화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는 ‘배수진’ 전략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향후 2~3개월 내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면 대응 수위를 판단해 (대미정책의) 공세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일단 대미협상에 주력하지 않으면서도 미북 간 군사적 긴장은 피하고 동시에 핵무기 고도화와 북러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식으로 새로운 길을 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aeb60a199e0e4db7b654b7a0dab15374_P1.jpg)
이 같은 북측 입장을 고려하면 상반기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이나 한·미·일 연합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대응해 새로운 미사일 등 전략무기 시험으로 맞대응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홍 연구위원은 “2025년 상반기 동안 (트럼프 1기 초반부인) 2017년과 유사한 강대강 대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핵무력과 관련해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이라는 전제를 사용한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에 대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폐기된다면 (북한의) 핵무력 강화노선도 변화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으로서는 ‘선(先) 대북적대정책 폐기·후(後) 비핵화 검토’로 가는 문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