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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트럼프 2기 미중갈등은 한국이 건설적 역할 할 기회”

김상준 기자
입력 : 
2025-01-25 21: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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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으로 한국의 외교 전략이 주목받고 있으며, 유명환 전 외교장관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미일 삼국 간의 협력이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님을 중국에 인식시킨다면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외교적 방향성과 원칙을 분명히 하여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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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전 외교장관 인터뷰
트럼프, 중국에 대한 강경 조치 시작
韓,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기 어려워
中에 “한미일 협력, 위협 아냐” 설득해야

미북대화, 긴장완화 측면서 韓에 긍정적
한미 정상회담 위해 혼란 극복 절실
그때까지는 기업 CEO들 전면 나서야
유명환 전 외교장관. [사진=매경DB]
유명환 전 외교장관. [사진=매경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에 돌입하면서 한국의 대중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중국은 지난해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하고, 비교적 무게감 있는 인사를 주한 대사로 보내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올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내년에는 중국이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라 자연스레 양국 사이 접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은 27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미중경쟁의 격화는 한국에게 매우 어려운 외교적 과제를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사이에서 ‘줄을 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유 전 장관은 한미일 3국 공조 체계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에 설득하면 미중갈등 속에서 한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아래는 인터뷰 주요 내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

―트럼프 2기, 미중경쟁 격화 흐름이 감지된다

▲미중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외교적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안보를 중요시하는 트럼프 2기에는 한국이 과거와 같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프레임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인 리스크와 우리 경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요소하고 본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중국 정부에 인식시켜야 한다.

차기 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강화해 한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중 사이 과거 사드 보복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외교적 방향과 원칙을 중국에 명확히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존중의 외교를 하도록 해야 한다.

소통이 잘 된다면, 오히려 한미일 3국 협력은 미중 갈등의 구조 속에서 한국이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다른 외교 지형 변화로는 미북대화가 있다

▲남북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미북대화가 재개된다면 긴장 완화 측면에서 이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한국의 어깨 너머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도 없다. 이제 한국의 위상이 미국의 매우 중요한 동맹국으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에게 북한 카드를 사용할 실익도 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지칭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클리어 파워라는 용어는 법률 용어가 아닌, 소위 일상 용어다.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미북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 공식 문서에 북한을 ‘핵 무장 국가’로 명시하는 일이다. 그 전까지는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외교부가 미국 국무부 실무 소통 채널을 통해 용어 사용에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하는 정도로 조율하면 된다.

―국내 탄핵 국면 장기화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다자 및 양자 정상회담이 외교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인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온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당분간 어렵게 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과거 2017년에도 탄핵 정국으로 인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한국에 새 대통령이 선출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감안할 때 조속한 한미정상 회담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절실하다.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 하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은

▲상당 기간 정상외교는 동력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최소한 현상 유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더욱 배가 돼야 한다.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 외교는 이제 초당적 관점에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 영향을 가급적 배제하면서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러한 상황에도 정상적으로 외교를 한다는 인상을 줘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미관계와 대미외교에 집중해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전략은

▲과거 트럼프 1기보다 한국의 입지가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최근 수년간 한국은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2021년 이후 매년 300억달러(약 43조원) 정도 투자를 해 40만 명 이상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나라가 됐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경제 원조를 받는 국가가 아니고 ‘윈윈(win-win)’하는 관계다.

당분간 한미 간 정상외교를 대신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한국의 경제 단체 또는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대통령 또는 측근들과 접촉해 미국 경제에 공헌하는 한국 기업의 투자활동을 적극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조선 산업과 군함 건조 및 수리 분야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먼저 요청한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가 구체적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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