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령에 맞서 싸우는, 담배 피우는 수녀와 욕하는 수녀의 컬래버다. 송혜교와 전여빈의 ‘검은 수녀들’이다.
권혁재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준비하면서 ‘검은 사제들’을 만든 영화사집에서 오랫동안 기획하고 작업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휩쓸리듯 읽은 것이 강렬했다. 결말의 여운도 대단했고 온전히 그래서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좋은 배우 분들, 훌륭한 스태프와 함께 하나하나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전편 팬이었다”는 권 감독은 “오래 기획한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스핀오프인데 이런 신선한 기획을 할 수 있지 싶더라.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검은 수녀’로 분한 송혜교는 이날 ‘영화 속 수녀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냐’라는 질문에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나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족도 아닌데 유니아 수녀처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고 운을 똈다.
그는 “수녀이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저는 수녀님으로 살 수 없을 것 같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유니아 수녀만 봐도”라고 털어놨다. 전여빈도 “저도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해봤던 것 같다.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감히 하지 못할 선택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송혜교는 극 중 흡연신을 여러차례 보여준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흡연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며 “비흡연자라 고민이 많았지만, 유니아 수녀만 생각했다. 캐릭터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촬영 6개월 전부터 흡연을 시작했다”는 그는 “좋은 건 아니지만 담배 피우는 연습을 하게 됐다. 첫 신이 흡연신이고 클로즈업 신이라 거짓말로 담배를 피우고 싶진 않아서 연기 연습도 많이 했지만 담배 연습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대본처럼 유니아 수녀만 생각했을 때 악령에 씌인 아이를 나도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감독님, 전여빈과 이야기를 나누고 ‘수녀는 그렇게 할 것’이란 믿음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전여빈은 저돌적인 성격의 ‘유니아’ 수녀를 경계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희준’(문우진 분)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했다.
그는 “‘미카엘라’는 대사로 본인을 설명하기 보다는 주변 상황을 바라보는 리액션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연기가 액션, 리액션의 향연이라 리액션이 중요하지 않은 연기는 없지만 ‘미카엘라’는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서 집중하려고 했는데 처음 영화를 본 저로서는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아’에 대한 반발심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건 단순히 여성 간의 연대 의식이 아니라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더 큰 신념인 것 같다. 이 과정에 있어서 바오로 신부님의 새로운 결심도 필요했다.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걸음과 도움을 느꼈다. 이게 영화 안에서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송혜교와의 호흡에 대해 전여빈은 “배우로서 현장에서 혜교 선배님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행동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영화 속 ‘미카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고 애정을 보였다.
송혜교도 “연기를 하면서 여빈 씨와 제가 행복한 기억이 많다. 영화 내용은 그리 행복하지 않지만, 같이 작품을 만들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이 비슷한 것 같다”며 “두 여성이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가 하나 되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너무 어렵긴 했지만, 즐거웠다. 연기를 하면서도 서로가 개인적으로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드니까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검은 수녀들’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의 속편으로, ‘검은 사제들’을 비롯해 ‘국가부도의 날’, ‘마스터’, ‘브로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신작이다.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혜교의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0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이기도 하다. ‘카운트’, ‘해결사’를 연출한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