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간인이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 4세짜리 아들을 목말 태우고 다닐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거침없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이자 최고 실세’ ‘사실상 미국의 민간 대통령’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는 듯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시로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이후 구조조정 ‘칼자루’를 대차게 휘두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 표지에 머스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책상에 앉아 있는 합성 사진을 싣기도 했다.

USAID 폐쇄부터 일사천리
교육부·국방부 등 전방위 압박
머스크의 첫 번째 행보는 국제개발처(USAID) 폐쇄다. 대외 원조를 전담하는 USAID는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 당시 외국원조법에 따라 설립됐다. 미국 소프트파워 외교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 기관은 직원 1만명이 근무하고, 연간 예산은 428억달러(약 62조4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는 진작부터 이 조직 폐쇄를 예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일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USAID를 운영해왔다.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도 USAID를 ‘범죄 조직’이자 ‘급진적 좌파 마르크스주의자의 소굴’이라고 비판하며 “죽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USAID는 벌레 몇 마리가 들어 있는 사과가 아니라 벌레들로 가득 차 있다”며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없애지 않는 한 고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USAID 폐쇄를 진두지휘하는 머스크는 1만여명의 USAID 직원 중 3% 수준인 290명만 남기고 대부분 해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을 임의로 폐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USAID 간판을 내리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USAID 폐쇄 동의가 알려진 직후인 2월 3일, USAID 직원들은 워싱턴 본부 출입이 금지됐다. 주요 사업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54억달러 지원이 가장 컸는데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 아니다. 머스크는 DOGE 소속 인사들이 미국 재무부의 연방 지급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 시스템은 연방정부의 자금을 관리하고 지급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각 정부 기관이 승인한 예산 집행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머스크가 미국 연방정부 예산 지출을 감시하고 일부 지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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