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0대 회사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이들은 대부분 좋은 학교를 나와 신문사에 입사해 중상위권 소득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5억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주택 구매를 위해선 수억원씩 빚을 질 수밖에 없다. 당장은 저금리 추세지만,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이들의 앞날은 가시밭길과 같다.
고소득 흙수저들의 비애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각각 고소득 흙수저를 상징하는 ‘헨리’와 ‘니콜라’가 요즘 국가적인 화두다.
‘헨리(HENRY:High Earner, Not Rich Yet)’란 용어는 고소득을 올리지만 주거·교육·세금 부담 때문에 자산 축적을 못한 젊은층을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 국면에서 자산을 많이 축적했다. 이들은 현재 50~70대 은퇴기에 접어들었고, 이후 세대인 20~40대가 이들의 노후를 지원해야 한다.
헨리들은 억울하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업을 얻고 월급을 많이 받아도 높은 소득세율 때문에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들이 낸 세금이 보편적 복지란 이름으로 베이비부머를 위해 쓰인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공정은 청년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다. 열심히 노력해도 부자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부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은 근로의지를 꺾는다.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항상 더 빠르게 증가해온 것이 경제 불평등 심화의 원인이라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12년 전 분석(21세기 자본)은 헨리의 눈물을 가장 잘 설명한다.
어떻게 해야 헨리의 눈물을 멈출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최소 십수억이 필요한 부동산이 최고의 자산증식 수단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출 규제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불과하다.
부동산 자금을 주식으로 돌려 코스피 5000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은 옳다.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노동소득 세율을 낮추고 보유자산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선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