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주재 외국 특파원들의 애로가 크다고 한다.
한국 상황을 외국 독자들에게 기사로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본국에서 기사를 읽어도 이해가 안 간다며 특파원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자주 한다고 한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며 민주화의 모범 국가에서 때아닌 계엄령이 내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연일 아노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기사를 썼는데 다음 날 공수처가 수사에 돌입했다거나, 영장을 관할이 아닌 곳에 청구했는데 바로 발부됐다거나, 탄핵 될 것 같다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50%가 넘어서는 등 앞뒤 안 맞는 기사를 써 보내야 했다고 한다. 아직도 전전긍긍하는 특파원들이 많다고 한다.
외국 투자자를 자주 만나는 한 기업인이 있다. 며칠 전 “한국은 1년 후 어떻게 될지 예측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계엄 선포 후 외국에서 질의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한국 사법 시스템 대목만 나오면 까맣게 블랙아웃이 되는 스스로를 발견한 후 설명을 포기했다. 그는 “사법 시스템은 한 사회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인데 우리나라 법조계는 거꾸로 불확실성의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 이번 탄핵 국면에서 새롭게 확인한 사실 하나는 한국 사법부가 예측 불가능의 끝판왕이란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실하게 급조한 수사 관련 법령 등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물론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스스로가 법을 경시하거나 초법적인 태도로 혼란을 자초한 점이 더 크다. 일반 시민에게 법이란 엄중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법조인 일각은 법률 지식을 개인 신념이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 정도로 치부한다.
어이없는 계엄을 선포하고 ‘방어권’을 내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은 법 기술자란 생각은 들어도 일국의 지도자로서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엄중한 사안에서 수사권 논란, 영장 쇼핑 논란을 유발한 공수처와 일부 판사들은 법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주역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정치편향 논란도 문제다.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보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 권한쟁의 심판을 서두르다 스스로 거둬들였다. 잘못을 자각했거나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43%가 아니라고 답했다. 헌재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 논란도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 총선 선거 소송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대법원 단심으로 처리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무려 120건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이유 없이 계속 미뤘다. 가장 먼저 나온 민경욱 전 의원(인천 연수을) 판결이 무려 2년이 지난 후였다. 법대로 재판만 했어도 5년 후 지금 부정선거 의혹의 혼란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형사재판도 2년 2개월 후에야 1심이 나왔다. 김명수 대법원 때부터 법원은 정의를 스스로 지체시키는 기관이 됐다.
이번 탄핵 정국은 여러 문제의식을 던졌다. 중요한 하나가 사법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10년간 괴롭히다 원점으로 돌려놓은 재판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기계적 항소’나 법원의 ‘지연된 판결’은 과연 불가피한 것인가.
국민들이 사법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사법부의 권위는 국가의 마지막 보루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 권위는 사법부가 지금처럼 행동할 때 절대 지켜질 수 없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