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석 BCG코리아 디지털 대표
거액 투자 필요한 파운데이션보다
韓기업 AI 자동화 서비스에 강점
제조업 접목할 '에이전트' 개발을
이젠 특정분야 전문성 확보가 과제
제약회사 '사노피' 신약개발AI 도입
공급 체인에 적용해 인력 비용 절감
거액 투자 필요한 파운데이션보다
韓기업 AI 자동화 서비스에 강점
제조업 접목할 '에이전트' 개발을
이젠 특정분야 전문성 확보가 과제
제약회사 '사노피' 신약개발AI 도입
공급 체인에 적용해 인력 비용 절감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기업들이 승리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서비스나 상품과 AI를 잘 결합하는 기업들이 결국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장진석 BCG 디지털 부문 대표 파트너는 이같이 조언했다.
장 파트너는 BCG 서울 오피스 디지털과 AI 전담조직 'BCG X'를 이끌고 있는 디지털 전환 전문가다. 고객사들의 중장기 디지털 전환 전략 컨설팅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실제 사업 실행까지 도와준 경험이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생산성 개선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했다. 최근 AI 관련 사업이 높은 투자금액 대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회사는 돈을 벌지만 AI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들이 아직 흑자를 거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파트너는 "아직 AI 서비스 기업들은 '돈 먹는 하마'이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픈AI, 구글, 퍼플렉시티 등 여러 회사들이 AI 알고리즘과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데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도 결국 돈을 벌게 되겠지만 이들보다 직접적으로 AI를 서비스하는 기업이 빨리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거대 모델을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낮아진 조달비용을 기반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장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AI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 서비스에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게 현재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AI로 돈을 버는 방식이 더 고도화될 것이다.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나 상품과 AI를 결합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도비는 기존 포토샵과 같은 서비스에 AI를 결합했고, 이를 통해 단순히 솔루션을 판매하던 기업에서 구독형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해 고객을 잡아둘 수 있게 됐다.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면 결국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이 AI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게 된다고 봐야 한다. IT 기업이 이미 존재하는 수익성 모델을 AI로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AI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가.
▷AI 에이전트에 주목해야 한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어떤 작업을 대신해주는 자동화 툴이다. 예컨대 과거 프레젠테이션은 사람이 직접 디자인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초기 프레젠테이션을 자동 생성할 수 있다. 보고자는 이를 기반으로 수정하면 된다. 당장은 누가 어떤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실제 고객에게 선택받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AI 에이전트의 경우 이를 통해 기존 서비스도 함께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어떤 AI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가.
▷AI 밸류체인은 하드웨어, 파운데이션 모델, 도메인 특화 모델, 에이전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잘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오픈AI, 구글, 메타플랫폼과 같이 조 단위 투자가 가능할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는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이게 결국 비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무턱대고 직접 뛰어들면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AI 밸류체인에서 소비자와 더 맞닿아 있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기에 AI 에이전트와 같은 서비스를 잘 만들고 이를 제조업 환경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LLM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은.
▷한국어 데이터만으로 모델을 만들었을 때 더 좋은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데이터 소스다. 이미 업계에서는 오픈된 데이터를 학습에 모두 사용해 데이터가 소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산업이나 도메인에 대해 맞춤형 LLM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현재 기술로도 AI의 언어 구사력은 갖춰져 있다. 앞으로는 특정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구체적인 지식을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언어가 아닌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LLM을 만들 수 있는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과거 AI는 한 덩어리였다. 하지만 이미 파운데이션 모델과 파인튜닝 모델로 나뉜 상태다. 즉 파운데이션 모델로 만든 언어 구사력에 목적에 맞는 지식을 파인튜닝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기회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정 도메인에 최적화된 AI로도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업 사례가 있는지.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가 있다. 사노피는 AI로 구동되는 최초의 제약회사가 되기 위한 비전이 있다. 사실 이미 AI를 통해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하려는 노력은 많이 시도됐다. 사노피도 이 같은 비전이 있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AI를 도입했다. 사노피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과정 등의 연구개발(R&D), 규제당국 보고 프로세스, 임상시험 등 전체 제약 서플라이 체인에 AI를 더했다. 사노피는 이를 통해 막대한 인력과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재집권이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AI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까.
▷당장은 미국 기업들이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지만 'AI 주권'의 중요성이 점점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AI에도 국가 간 경쟁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 중국 인도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AI를 자국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좋은 소재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이권을 중요시한다. 즉 '미국의 AI'를 화두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 분야에서 미국이 계속 앞서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상당히 AI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책임 있는(Responsible) AI'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현저히 낮은 비중으로 보고 미국 AI 기술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