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 가운데 만 3년째를 코앞에 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에 “취임 후 24 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및 휴전 조건 등을 놓고 이견이 큰데다 트럼프 역시 이들을 중재할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비용을 지원하고도 종전 결과가 형편없다면 트럼프 역시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23년 9월 출간된 ‘슬픈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세종도서’로 선정되면서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 트럼프 시대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가능성과 북한과 러시아, 한국과 러시아 관계 전망을 새로 추가했다. 세종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해 우수학술 출판물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학문적 가치 뿐만 아니라 대중 교양을 높일 만한 도서를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이 책은 오래 전부터 러시아로부터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고난의 굴레를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통해 짚어봄으로써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소련 창시자인) 레닌의 실수로 태어난 인공적 산물’이라고 폄하했는데 이런 점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압박에 맞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배경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책에는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적 반감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부족한 점들도 분석하고 있다. 자주국방 대신 외세에 의존해온 대외적 행태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한·러 관계에 대해 푸틴이 전쟁을 계기로 북한을 매개 삼아 한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한다. 종전 후에도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궁극적으로 러시아는 발전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는 만큼 종전 후 양국 관계가 크게 부정적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연합뉴스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냈고, 현재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키이우를 6차례나 다녀왔고,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때 우크라이나 현지를 찾아가 취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