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아이언헤드 GC 합류
LIV 누비는 첫 한국 선수
2023년 처음 영입 검토
공격적인 플레이에 매료
작년 12월 계약서에 사인
“내 골프 발전시킬 무대
팀에 도움되는 선수될 것”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아 2022년 출범한 리브(LIV) 골프는 2023년부터 한국 선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실력과 스타성 등 LIV 골프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국 선수는 없었다.
LIV 골프와 아이언헤드 GC 주장 케빈 나의 오랜 노력 끝에 LIV 골프를 주무대로 삼을 첫 한국 선수가 탄생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상을 모두 싹쓸이했던 장유빈이다.
2025시즌부터 LIV 골프를 주무대로 삼게 된 장유빈이 처음부터 이같은 결정을 내리려고 했던 건 아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보고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던 만큼 장유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장유빈은 LIV 골프와 케빈 나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바꿨다. 곧바로 욘 람(스페인),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된 그는 LIV 골프로의 이적을 결심했다.
영입 검토부터 최종 사인까지 장유빈의 이적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이언헤드 GC 주장 케빈 나와 장유빈, 대니 리가 처음으로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세 선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장유빈의 합류로 아이언헤드 GC 전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한국에서 태어난 세 선수와 같은 아시아인의 피가 흐르는 고즈마 지니치로(일본)가 한 팀을 이룬 만큼 LIV 골프 팀 중 우리가 케미스트리는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케빈 나가 장유빈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2023년 여름이다. 대니 리의 추천으로 장유빈을 알게 된 케빈 나는 아이언헤드 GC 영입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발전 가능성이 큰 기대주 중 한 명에 불과했던 장유빈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다.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골프 남자부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것을 본 케빈 나는 장유빈을 본격적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케빈 나는 “부담감이 극심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장유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장유빈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매료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K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고 영입 후보 1순위로 점찍었다”고 설명했다.
장유빈에 대한 평판 조회까지 마친 케빈 나는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영입을 제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 케빈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장유빈을 제외한 다른 선수 영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만큼 장유빈이 그동안 보여준 게 많았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장유빈을 영입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PGA 투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장유빈이 LIV 골프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곧바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PGA 투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콘페리투어,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장유빈은 고민 끝에 LIV 골프행을 결정했다.
장유빈은 “어떻게 하면 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 LIV 골프였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곧바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끌렸다”며 “지난 4일부터 훈련하고 있는 데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LIV 골프로의 이적이 알려진 뒤 수많은 축하를 받았다는 장유빈은 동료들에게 밥을 많이 샀다고 밝혔다. 장유빈은 “주위 동료들은 대부분 부러워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준 동료들에게는 기분 좋게 밥을 대접했다. 아이언헤드 GC 모자에 사인을 해서 달라고 부탁한 동료들이 많은데 다음에 준비해서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는 2월 6일 개막하는 LIV 골프 리야드 대회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르게 된 장유빈은 남은 기간 그린 주변 어프로치 실력 향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을 공개했다. 장유빈은 “LIV 골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밀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중요할 것 같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잡아내는 게 중요한 만큼 개막 전까지 웨지샷 연마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케빈 나와 대니 리는 장유빈이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두 선수는 “장유빈에게 각 잔디에 맞춰 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린 위에서 경사를 읽는 비법까지 전수하려고 한다”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적응을 빠르게 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캐디까지 알아보고 있는데 장유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유빈이 하루빨리 최종일 단체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느껴보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케빈 나와 대니 리는 “LIV 골프의 가장 큰 특징이 단체전이라고 생각한다. 팀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긴장감이겠지만 장유빈이 슬기롭게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각각 LIV 골프 4년차와 3년차가 된 케빈 나와 대니 리는 최고의 한해를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케빈 나는 “아이언헤드 GC의 주장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준비를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니 리는 “지난해에는 손목 부상 여파로 부진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당장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샷과 퍼트감이 올라왔다. 2023년 LIV 골프 3차 대회에 이어 올해는 두 번째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