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웨이 프로그램 기회 살려
지난해에만 4명 새롭게 합류
한국과 올해 처음 동률 이뤄
JGA 경쟁력 강화 정책도 한몫

한국은 10년 넘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들이 가장 많은 아시아 국가였다. 그러나 앞으로 아시아 최다 PGA 투어 출전권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적극적으로 해외 투어 도전에 나섰던 일본 남자 선수들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5명의 선수가 PGA 투어에서 활약하게 된 일본은 풀시드권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과 동률을 이루게 됐다.
2014~2015시즌부터 지난해까지 PGA 투어를 누볐던 일본 선수는 마쓰야마 히데키, 고다이라 사토시, 이와타 히로시, 이시카와 료 등 5명이 채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던 한국 선수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김주형 등 15명이 넘는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PGA 투어에 도전했던 한국 선수들은 지난 11년간 13승을 차지했다. 또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팀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도 지난해와 2022년에는 12명 중 4명이 한국 선수로 구성됐다.
그러나 한때 10명 넘게 PGA 투어 출전권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 선수의 숫자가 올해 5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지난해에만 콘페리투어와 DP월드투어, 퀄리파잉(Q)스쿨 등을 통해 4명이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그동안 PGA 투어에서 한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 골프가 단기간에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도전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큰 무대로 도전하는 일본 선수가 늘어나면서 역대 가장 많은 5명이 PGA 투어를 누비게 됐다.
PGA 투어가 아시아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한 패스웨이(pathway) 프로그램도 일본 선수들의 해외 진출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쓰야마를 제외한 호시노 리쿠야, 히사쓰네 료, 가나야 다쿠미, 오니시 가이토가 모두 이 방법으로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승호 PGA 투어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PGA 투어 대표 선수 중 한 명인 마쓰야마를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투어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패스웨이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가 생기면서 도전을 고려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몇 년 뒤에는 20명이 넘는 일본 선수가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골프협회(JGA)의 국제 경쟁력 강화 정책도 일본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큰 힘을 보탰다. JGA는 2015년 호주 출신의 가레스 존슨을 일본 골프 국가대표팀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전력 강화위원회의 특별 관리 등 자국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존슨 총감독은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는 모두 국립스포츠과학센터에서 체력, 근력 등 66개 항목을 세밀하게 체크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 맞춤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며 “여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매년 20개가 넘는 국제 대회에 파견하고 있다. PGA 투어와 DP월드투어에서 활약하는 히사쓰네, 가나야, 나카지마 게이타가 JGA의 특별 관리를 받았던 대표적인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과는 정반대로 PGA 투어와 DP월드투어 등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2년 40명에 달했던 PGA 투어 Q스쿨 출전 한국 선수는 지난해 7명으로 급감했다.
PGA 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는 더 많은 한국 선수가 해외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경주는 “과거와 다르게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이 정말 많아졌다. 다양한 잔디와 장거리 이동 등에 적응만 한다면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처럼 충분히 잘할 수 있다.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성장하는 만큼 겁먹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