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임기단축 개헌과 권력 분산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공약을 22일 대거 쏟아냈다. 특히 대통령 불소추특권 폐지, 사법방해죄 신설 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초당적 협조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 공약은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김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당선되면 임기를 3년만 하고 스스로 내려올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 스스로 기득권을 지키려 든다면 국민 누구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선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폐지하고 대통령과 친인척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을 야당 추천을 받아 임명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님이 추천해 주시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4년 중임제 도입,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 명부(K플럼북) 이외 직책에 대한 영향력 차단 등도 약속했다. 플럼북이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는 연방정부 관직을 나열한 리스트로 표지가 자두색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현재 300명인 정수를 10% 감축해 270명으로 하고, 개별 의원에 대한 불체포·면책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국민이 국회의원을 탄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도 밝혔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이 후보도 지난 20대 대선 당시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고, 2023년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차 약속하신 만큼 초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사법부 압박에 대한 방지 장치도 포함됐다. 그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 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차단하자고 제안했다.
또 고위 공직자 탄핵소추로 인한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통과되는 즉시 직무가 정지되는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사법부와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사법방해죄’를 신설해 수사·재판 방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실효성 논란이 반복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폐지하고, 검찰 내 반부패수사부와 경찰 특수수사본부를 통합한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검경 합동수사본부’로 재편할 계획이다.
아울러 집권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선 독립적 지위의 특별감사위원회를 도입해 외부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선거권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특정 국가가 한국 국민에게 자국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도 해당국 국민에게 지방선거권을 박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국내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이면 지방선거 투표권이 부여돼 정치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다.
김 후보는 이어 정부 국무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40대 또는 그 이하로 임명하고, 공공기관장 임명 시에도 40대 기업인을 적극 기용하는 등 세대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86세대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성공 세대지만 유독 정치 영역에서 아름다운 퇴장에 실패하고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됐다”며 “정치·행정 영역에서의 과감한 세대교체로 시대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올해 40살이 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의식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