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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공군 오폭사고, 조종사 실수·미흡한 지휘감독 맞물린 ‘인재’였다

김성훈 기자
입력 : 
2025-03-10 10:38:40
수정 : 
2025-03-10 1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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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F-16 전투기가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와 미흡한 지휘감독으로 인한 인재로 판명되었다.

이날 공군은 오폭 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표적좌표 확인 절차 강화 및 보고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 복구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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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포천 오폭사고 조사결과 중간발표
공군총장 “모든 책임, 총장인 내게 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지난 6일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일으킨 민가 지역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와 미흡했던 지휘감독이 맞물린 ‘인재(人災)’로 파악됐다.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가 사고 발생 약 3분 만에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 사실을 인지하고도 보고·조치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10일 공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오폭 사고 조사결과를 중간 발표하고 향후 표적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추가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군 발표에 따르면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조종사들은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전날인 지난 5일에 실무장 사격을 위한 좌표를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잘못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입력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오입력된 것이다. 이들은 해당 조종사는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체계상 위도인 ‘XX 05.XXX’를 ‘XX 00.XXX’로 입력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조종사, 좌표입력 실수확인 3차례 기회 놓쳐
7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반이 파손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3.7 [사진 = 연합뉴스]
7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반이 파손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3.7 [사진 = 연합뉴스]

이들은 사고 당일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JMPS에서 비행자료전송장치(DTC)에 저장했는데, 2번기 DTC에는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다. 이에 2번기 조종사는 시동 후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표적좌표를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좌표가 입력된 셈이다.

결국 KF-16 중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에 잘못 표시된 비행 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특히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표적 확인”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2번기에는 정확한 좌표가 표시됐지만, 조종사는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입했다.

결론적으로, 1번기 조종사는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날 발표를 통해 사고를 낸 전투기들이 소속된 부대 지휘관들의 지휘 관리·감독 부실도 드러났다.

지휘관은 조종사 보고·검토 미시행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에서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중 우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해 주민 등 15명이 부상당하고 건물이 부서졌다. 사진은 오폭 사고 발생 전후 당시 현장 상황으로 폭발 직전 떨어지는 폭탄(맨 왼쪽 사진 빨간색 동그라미 안)도 포착됐다. MBN 영상 캡처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에서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중 우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해 주민 등 15명이 부상당하고 건물이 부서졌다. 사진은 오폭 사고 발생 전후 당시 현장 상황으로 폭발 직전 떨어지는 폭탄(맨 왼쪽 사진 빨간색 동그라미 안)도 포착됐다. MBN 영상 캡처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훈련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안전 관련 사항 관리는 대대장(중령)에게 위임했다. 대대장은 이번 훈련이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하고 세밀하게 사격 임무를 지휘감독하지 않았다. 공군은 “(대대장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군은 이번 발표를 통해 현행 표적좌표 확인 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 등을 추가해 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임무 편조와 표적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도 신설하는 등 교차확인 절차를 보완·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군은 “비정상상황 발생 시 조종사가 신속하게 전파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고체계도 점검,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주요 실무장 임무 시 부대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 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대대장(비행대장)이 브리핑에 직접 참여해 임무준비상태 및 수행능력을 점검하도록 지휘관 관리 책임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총장 “뼈를 깎는 각오로 바로잡겠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입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입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군은 이날 발표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 판단 및 보고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다수 파악됐다고 밝혔다. 공작사는 사고기 조종사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확인한 10시 07분에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으나 구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했다. 공작사는 특히 좌표 오입력으로 인한 전투기의 오폭 상황임을 인지했음에도,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는데 집중해 전반적인 상황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공작사 상황실에서 비정상상황을 인지 한 후 공작사령관에게 보고하기까지 14분이나 걸렸다. 상급부대에 대한 공작사의 유선보고가 늦어지고 서면보고가 누락된 점 등의 미흡사례도 식별됐다. 공군은 초유의 오폭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실관계 확인에 치중해 사고 발생 약 100분 뒤에야 이를 언론에 알렸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초유의 오폭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총장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장은 “주민 여러분들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복구와 의료, 심리지원 및 배상 등 모든 방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이번 오폭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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