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공개로 협상 주도권 노려
여당 “일방적 삭감 예산부터 복원”
기재부도 “여·야·정 논의가 우선”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13/rcv.YNA.20250210.PYH2025021004300001300_P1.jpg)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이를 심의하는 관례를 깨고,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파격적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시했다. 그것도 ‘이재명표’라는 꼬리표가 붙어 지난해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민생회복지원금을 이름을 살짝 바꿔 다시 올렸다.
13일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안은 상생 소비 캐시백, 8대 소비 바우처 등 이른바 ‘민생회복’ 사업에 23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중도층 포섭을 위한 우클릭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은 ‘경제성장’ 명목으로는 전체 예산안의 32%인 11조2000억원을 배분했다.
민생회복 사업은 소비쿠폰(13조1000억원)과 상생 소비 캐시백(2조4000억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000억원), 지역화폐 할인 지원(2조원) 등으로 나뉜다.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여당은 이미 민생지원금에 대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현금 살포라며 반대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해 지난달 31일 “정부나 여당이 민생 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25만원 일괄 지원이 논란이 되면서 추경 논의도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더 좋은 사업을 제안해야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협상 과정에서 선별 지원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은 협상용 카드이며 양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생 소비 캐시백은 백화점·대형마트·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개인 카드 지출액 합계가 월별로 전년 동기보다 3% 이상 증가하면 소비액의 10%를 돌려주는 사업이다. 민주당은 “지난 코로나 시기에 시행돼 국민 호응도가 높았다. 소비 진작에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8대 바우처 분야는 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등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업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민주당은 민생회복 예산으로 소상공인 손실 보장 및 지원에 2조8000억원, 농어업 분야와 취약계층 지원에 각각 1조3000억원과 5000억원 등을 책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11조원의 세출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주택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1조1000억원, 청년 등 일자리 및 창업지원에 예산 5000억원, 인공지능(AI)과 반도체·고부가가치 산업의 연구개발(R&D)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5조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보육에 1조2000억원, 지방재정 보강을 위해서는 2조6000억원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선제적인 추경안 공개에는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협상 전에 자체 방안을 제시해 기준점 설정에서부터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만약 정부나 여당이 이를 의식해 추경안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금명간 추경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제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대로 추경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지난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을 복원하는 조치부터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뒤에 추경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생회복 소비 쿠폰 예산도 “사실상 현금 살포와 같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애초 1조원이던 지역화폐 할인 지원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린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화폐 할인 예산과 관련해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할인폭이 상이하기 때문에 민주당 추경안에서 제시한 20조원어치의 지역사랑상품권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70조~100조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발행된다고 보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을 위해선 여야정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민생과 경제를 살리자는 추경 목적 자체에는 당연히 공감한다”면서도 “여야정협의체(국정협의회)에서 추경과 반도체특별법 등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추경의 실무적 사안에 대해선 협의체에서 이야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안이 구체적으로 없는 상황인데 향후 추경 논의가 진척되면 야당안도 고려해 편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추경안의 개별 항목에 대해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특히 쟁점 사안 중 하나인 민생회복 지원금에 대해선 “효과성에 대해 검증해봐야 한다”며 “여야정 실무협의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