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겨냥한 비판만…대부분 ‘침묵’
與 “法 판단 전에 尹 버릴 수 없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16/news-p.v1.20250116.f2b0f02f68b240f8945664edf7b2fb90_P1.jpg)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면서 국민의힘 내부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보다 더 침체된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사법당국에 체포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던 만큼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자체적으로 ‘계엄 특검법’을 당론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야권의 ‘내란 특검법’ 압박이 연일 거센 가운데 “최악의 법보다는 차악이 낫다는 생각에서 발의하기로 했다”는 게 권성동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여당 의원 전원이 서명할 이 특검법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 행정공무원, 그리고 군이 국회의사당을 장악하고 권능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능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의 수사 대상인 외환 혐의,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간 국민의힘 내 법조계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히 ‘외환 혐의’에 관한 지적이 수시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은 권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의 모두발언 공개 후 비공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단상에 오른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특검법 논의를 언급하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발언을 중단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은 제 오랜 친구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당시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며 “어젯밤 너무나 괴롭고 ‘내가 좀 더 잘할걸’ 자책하면서, 정치가 뭔지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동취재단,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16/news-p.v1.20250116.0daa7039d64b457db7aefd756367528b_P1.jpg)
권 원내대표 외에도 이날 의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운 모습이었다. 의총 전 서로 인사와 악수를 주고받는 일은 있었으나, 의원들이 평소처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등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공개 전환 뒤에는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다 어젯밤(15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더라”라며 “안 그래도 계엄이니, 탄핵이니 하면서 무거웠던 당 분위기가 더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의 선임비서관 역시 “요 며칠은 정말 죽지 못해 사는 심정”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체포적부심사를 접수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사이 국민의힘은 일단 ‘대야 투쟁’ 의지를 재차 공고히 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단 전망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가 연일 세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의 경우 이날 의총에서 이 대표를 두고 “부패범죄의 수괴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인면수심이고, 소름이 끼치는 뻔뻔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오전 중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권 비대위원장의 비난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1호 당원’ 윤 대통령이 여당의 최대 위험부담으로 떠오른 데다 체포까지 이뤄지면서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조차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윤 대통령 엄호에 앞장서 왔던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침묵’하고 있다는 평이다.
추후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당의 전반적인 기류 역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법에서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우리가 (윤 대통령을)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