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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냄새, 사랑도 있는 SF”...봉준호·로버트 패틴슨 ‘미키17’[MK현장]

양소영 기자
입력 : 
2025-01-20 11:55:13
수정 : 
2025-01-20 11: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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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기생충’ 후 신작 ‘미키17’
로버트 패틴슨 첫 내한...“한국 작품 하고파”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의 인간 냄새 넘치는 ‘미키 17’가 온다.

20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 17’ 푸티지 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에서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정에도 봉준호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 꼭 오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

‘기생충’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온 봉준호 감독은 “‘미키17’은 인간적인 SF 영화다. 미키라는 평범하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SF로 만나게 돼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인공이 불쌍하다. 왜 불쌍한가. 이 친구의 직업이 반복적으로 죽는다. 죽기 좋은 현장에 투입되고 계속 죽는다. ‘미키17’은 17번 죽었다는 거다. 극한 직업이다. 죽으면 새롭게 출력된다. 기존 SF에서 보는 복제인간과 다르다.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다. 원작 콘셉트로도 인간이 출력된다는 거다. 매번 출력된다는 게 가슴 아프지 않나. 노동자 계층이 미키라서 계급 문제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며 “영화가 거창하게 계급 투쟁을 다루는 건 아니다.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 그 와중에 힘든 상항을 헤쳐나가는지, 미키의 성장 영화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 “‘배트맨’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미국의 인디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 하는 캐릭터다. 약간 불쌍하고 멍청한 미키17와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18을 다 커버해야 한다. 그 둘을 다 연기할 수 있는 건 누구일까 생각하다가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꼽았다. 캐스팅 과정은 순조로웠고 본인도 이상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나 보다”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이에 로버트 패틴슨은 “이런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규모의 거대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감독님께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게 매력적이었다. 용감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미키 17’ 공식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키 17’ 공식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간담회에 앞서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로버트 패틴슨은 “한 번도 서울에 오지 않았다니 놀랍다. 이번이 한국은 처음”이라며 “한국 팬들도 만나고 싶었고 감독님도 만나고 싶었다”며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내한한 그는 “팬들이 공항에 나와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영화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어서 기쁘다. 여기까지 긴 여정이었는데 사인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또 해외 매체에서 한국 정찰설이 돈 것에 대해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저도 그 이야기 들었는데 이전에 한국에 와 본 적이 없다”며 “정말 좋아 보이고 온 지 하루도 안 됐다. 한국 영화 산업이 대단하고 많은 감독님과 배우를 보면서 저도 컸다. 엔터 업계 훌륭하고 한국 작품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님 같은 분 전세계 네다섯 명 밖에 없다. 모든 배우가 일하고 싶은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 영화를 보면 세계관이 특별하다. 그리고 말이 된다. 개인적,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데 퍼포먼스적 측면에서 그렇다. ‘살인의 추억’ 오래전에 봤는데 영화 퍼포먼스를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정말 말도 안 되고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장르 구분 안 하고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님이 절 생각한다고 했을 때 저도 재빨리 손을 들었다”며 “봉준호 감독님 영화 중에서는 ‘미키17’를 가장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계속해서 ‘봉테일’ 봉준호 감독과 작업에 “감독님은 아우라가 있어서 정확히 뭘 원하는지 잘 아시고, 훌륭하다. 자신감이 있으시기 때문에 모든 게 수월하게 느껴졌다. 배우들은 늘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감독들과 일하고 싶어 한다. 보통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멘탈이 아닐까 싶다. 숲에서 사냥하듯 찾아다니는데 봉 감독님 영화가 눈에 띄는 거다. 저도 이 정도 워크 스타일을 가진 감독님과 일한 적이 없다. 익숙했던 것과는 달랐다”고 밝혔다.

더불어 “감독님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자신감도 있어서 거침없이 실행한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퀀스를 적게 찍었다. 몇 주 지나니까 익숙해지고, 자유를 느꼈다.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고, 일주일 지난 후에는 배우들끼리 ‘이 현장 최고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현장 편집을 보여주신 게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인간냄새 물씬한 SF”라며 “외계행성도 나오고 우주선도 크게 나온다. 미키가 우주선에 매달린 장면도 있다. 그런 걸 처음 찍어보니 신기하고 재밌더라”며 “25년 해왔던 작품 중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멜로 영화라고 하면 뻔뻔스럽지만 그런 장면이 나와 뿌듯했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미키 17’은 2월 28일 대한민국에서 최초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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