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가해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실명까지 특정되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MBC에 몸담았던 이들이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배수연 전 기상캐스터는 SNS에 글을 올리며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 MBC, 그것도 내가 몸 담았던 기상팀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말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새롭게 들려오는 소식에 그저 참담할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가 MBC를 나오던 그때도 그랬었지. 그들의 기준에서 한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였던 나의 목소리에는 어느 누구 하나 전혀 귀 기울이어 주지 않았었다. MBC. 보도국. 기상팀. 너무나도 사랑했던 일과 일터였지만 그때 그곳의 이면을 확실히 알게 되었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어쩜 여전히 이렇게나 변함이 없다니...”라며 과거 자신이 MBC에 재직했던 시절에도 부조리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도 역시 이를 짚은 바 있다. 박은지는 지난 1일 SNS에 “MBC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너무 마음이 무겁다. 본 적 없는 후배지만 지금쯤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언니(박은지)도 7년이라는 모진 세월 참고 또 참고 버텨봐서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지”라며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뿌리 깊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이제는 끝까지 밝혀져야”라고 과거 비슷한 문제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것을 에둘러 밝혔다.
과거 MBC에 몸담았던 기상캐스터들이 입장을 밝히며 고인을 애도하자 누리꾼들은 “쇄신해야 한다”, “내부 갑질이 심한거 아닌가?”, “방송국들이 문제가 심각하다”, “증언들이 나오는 것 보면 문제 있는 것 같다”, “발본색원해야”, “피해자들이 더 있는 것 아닌가?”, “가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은지와 MBC 기상캐스터 입사 동기인 쇼호스트 이문정은 사뭇 다른 분위기의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문정은 지난 1일 SNS에 “뭐든 양쪽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한쪽 얘기만 듣고 극단으로 모는 사회, 진실은 밝혀질 거야. 잘 견뎌야 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누리꾼들은 이문정이 고인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문정은 “제가 올렸던 스토리는 오요안나 씨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이라며 “MBC를 떠난 지 벌써 수년이 지나서, 오요안나 씨를 만난 적도 없지만, 저 또한 전 직장 후배의 일이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감히 유족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겠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악의적인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며 “MBC 측에서 현명한 방법으로 진실을 밝혀주길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전직 기상캐스터들이 입을 열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는 고인을 포함해 박하명 김가영 최아리 이현승 금채림 등 6인이다. 고인과 동기인 금채림을 제외한 4인이 들어있는 단톡방에서 고인을 두고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난다. XX도 가지가지”, “또X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우리가 피해자” 등의 발언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한편, 고 오요안나는 지난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고인이 석달 전인 9월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고인의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27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유족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으로 보이는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MBC 측은 당초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동시에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들이 나온 것과 더불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31일 “고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일에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완료를 알리며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