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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담보로 美가 직접 달러공급 …대미펀드 '우회로' 뚫는다

오수현 기자
문지웅 기자
입력 : 
2025-10-16 17:58:54
수정 : 
2025-10-16 20: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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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 측에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한미 관세협상의 최종 타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방안은 한국은행이 미국 재무부 계좌를 개설하고 원화를 예치하면, 이에 상응하는 달러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기존 통화스왑과는 다른 개념이다.

양국이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할 경우,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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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새로운 달러 조달 방식 美에 제안
정부 무제한 스왑 요구했지만
美 난색 표하자 대안으로 부상
국내 외환시장 충격 흡수 가능
3500억弗 현금 요구했던 美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도 나와
외환보유액 대비 대미투자액
日수준으로 맞추면 1800억弗
韓협상단 백악관 예산관리국서
트럼프 최측근 국장 만나기로
◆ 관세 전쟁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가운데)과 함께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면담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가운데)과 함께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면담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는 새 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하고 한미 관세협상의 최종 타결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무제한 한미 통화스왑을 놓고 이견이 장기간 좁혀지지 않자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3500억달러(약 495조원) 규모 대미투자펀드 조성의 '필요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왑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난색을 보였고, 결국 '우회로'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더라도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불분명하다. 또 한 번에 모든 투자 금액을 조성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을 미국 측이 수용할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16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미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고위급 협상단은 원화를 기반으로 대미투자펀드 조성용 달러를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방안은 한국은행이 미국 재무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에 한국 정부가 원화를 예치하면 이에 상응하는 달러를 미 정부가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대미투자펀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양국 중앙은행 간 협약에 기반해 통화를 교환하는 전통적인 통화스왑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상 대미 투자 프로젝트별로 통화스왑을 개설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투입해야 할 경우 정부가 1조4000억원(현재 환율 기준)을 미국 재무부 계좌에 입금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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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미국과 아르헨티나 간 통화 교환 모델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2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스왑 체결 주체는 양국 중앙은행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미국 재무부였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미국 재무부에 주면 미국이 재무부 산하 외환안정화기금(ESF)에서 달러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ESF의 순자산 규모가 크지 않고 용처를 한국에 국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협상단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OMB는 미국 연방정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법률 관련 검토를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자리에서 대미투자펀드에 미국 재무부가 기여할 방안 등이 협의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한미 양국이 대미투자펀드 중 현금 비중에 관해 접점을 일부 찾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 비중은 알려져지 않았지만 당초 우리 정부가 생각했던 5% 수준보다는 다소 늘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 대비 투자액을 일본과 맞출 가능성도 있다. 3500억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다.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5500억달러는 외환보유액 대비 42%다. 일본 수준으로 조정하면 대략 1700억~1800억달러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2000억달러를 내년 1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3년간 현금으로 투자하려면 매년 660억달러를 조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달러는 물리적으로 연간 최대 200억달러 안팎이다.

한국은행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외환 시장 매입 등으로 조달할 수 있는 외환당국의 자금은 연간 150억달러 수준이다. 정책금융기관에서 50억달러 정도를 추가로 조달한다면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조달할 수 있는 달러는 약 200억달러로, 외환보유액(4220억달러)의 5% 수준이다.

양국이 달러 조달 방식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협의를 마무리할 경우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선언하고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

7월 말 관세협상이 잠정 타결됐지만 아직까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철강제품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일반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는 15%가 적용되고 있다. 양국이 협정에 공식 서명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된 관세도 일본과 동일한 15%로 즉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막판까지 변수는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 합의 내용을 최종 승인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대미투자펀드에 3500억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오수현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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