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500만원 텔레마케터, 상식적으로 의심”
불법인걸 알면서도 왔다가 탈출한 경우 많아
교민사회에서 십시일반 자비 털어 구출·송환
피해자 포장되며 反캄보디아 정서 분출 우려
![지난달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범죄단지에서 구출된 한국인 B씨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주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6/rcv.YNA.20251015.PYH2025101513800010401_P1.jpg)
한국인 청년들의 캄보디아 내 취업사기, 감금, 납치, 고문 실태가 국내에 소개되며 캄보디아 국가 전체가 ‘범죄도시’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매일경제는 16일 현지에서 수년간 사업을 해온 한국교민 이창훈 인산코퍼레이션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캄보디아 사태의 본질과 교민 사회의 시각을 들여다봤다.
이 대표는 “문제의 화살을 캄보디아 국민 전체에게 돌리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초국가적 범죄 조직과 일부 부패한 권력의 공생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창훈 인산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제공=인산코퍼레이션]](https://pimg.mk.co.kr/news/cms/202510/16/news-p.v1.20251016.8766926dc8c24487a6beb700afa7d1a0_P3.png)
이 대표는 최근 구출된 한국인들을 ‘순수한 피해자’로만 보는 국내 시각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텔레마케팅’, ‘인터넷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월 1000만~1500만원의 고수익을 제안받았다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법적인 일, 특히 보이스피싱을 떠올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부분 불법적인 일임을 인지하고도 ‘한탕’을 노리고 캄보디아로 왔다가 중국계나 조선족 갱단에 붙잡혀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탈출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실제로 이들을 구출하고 송환하는 과정은 현지 대사관과 한인회의 몫으로 돌아온다. 밤낮없이 구출 작전을 벌이지만, 정부 예산이 없어 피해자의 비자 벌금, 항공권 비용 등을 교민 사회가 십시일반 모아 해결하는 실정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인회장 등 일부 교민 사회 지도자들은 사재 4억원 이상을 썼고, 중국 갱단의 살해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6/news-p.v1.20251016.eed4667bcdf448c6a6fbf713bff675c7_P1.jpg)
이 대표는 문제의 근원이 캄보디아의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하누크빌, 포이펫 등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된 도시들이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들은 “거리 간판 대부분이 중국어”일 정도로 중국화되었으며, 현지 경찰조차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캄보디아 일부 고위 관료층과 범죄 조직 간의 공생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는 캄보디아 경제가 중국의 부동산·카지노 자본에 의존하게 되면서 현지 고위층이 범죄 조직에 건물을 임대해주고 각종 인허가 편의를 봐주며 이익을 공유하는 부패의 사슬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하누크빌 카지노 내부에는 총리, 장관 등 고위층 사진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드리지 말라’는 보호 표식”이라고 설명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사진=AP연합]](https://pimg.mk.co.kr/news/cms/202510/16/rcv.YNA.20250908.PAP20250908347901009_P1.jpg)
다행히 훈 마넷 신임 총리가 취임한 이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마넷 총리는 온라인 사기 근절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지시했으며, 이는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에 눈치 빠른 일부 고위층은 범죄 조직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대로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는 캄보디아의 대기업 ‘프린스 그룹’과 회장 천즈를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제재를 단행했다.
미 법무부는 천즈를 기소하고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수했는데 이는 미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몰수 조치다. 이러한 국제적 제재는 캄보디아 정부가 범죄를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현재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피의자는 60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들 중 4명이 국내로 송환되었으며, 정부는 나머지 인원도 신속히 송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피의자들은 한국의 엄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송환을 거부하며 현지에서 풀려나길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번 사태의 분노는 캄보디아 국민이 아닌, 자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범죄 조직과 이들을 비호하는 세력을 향해야 한다”며 “달콤한 고수익 제안에 대한 개인의 경각심을 높이고, 양국 정부가 긴밀히 공조해 범죄의 뿌리를 뽑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