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지지 세력마저 시위대에 합류하자
생명 위협 느껴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

마다가스카르에서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항의하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 주도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자 대통령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외국으로 도피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51·사진)은 격화하는 반정부 시위 속에 전날 프랑스 군용기로 출국했으며, 아직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에 아직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4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당시 야당은 이를 반역 행위라며 비판했다.
잦은 정전과 단수, 경제난에 분노해 촉발된 마다가스카르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를 주축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청년층의 불만이 부패와 무능한 통치 등으로 확산하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악화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000만 명 중 75%가 빈곤선 이하에 있으며, 1960년 독립 이후 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5% 감소했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강경 진압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유엔은 밝혔다.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난 11일에는 수도 외곽 지역에서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CAPSAT)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캡사트 부대는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운 바 있다.
자신을 도운 군부 엘리트에 의해 신변의 위협을 느낀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불법 쿠데타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같은 날 쿠데타 시도에 대한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이제부터 육군과 공군, 해군을 포함한 마다가스카르 군대의 모든 명령은 캡사트 본부에서 발령될 것”이라며 군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마련한 헬리콥터를 이용해 외부로 피신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외국 지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은 채 “신변 보호를 위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오직 헌법에 따라서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여전히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Z세대 주도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사례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BBC는 새로운 리더십 출현 전망에 대해 캡사트의 지지를 받는 마낭소아 데라마신자카 라코토아리벨로 국방장관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 주말 데모스테네 피쿨라스 장군을 신임 육군참모총장으로 지명한 중심 인물로 파악된다. 라코토아리벨로 장관은 지난주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아울러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과 함께 시위대를 진압한 헌병대도 정부와 결별하고 캡사트와 협력하는 등 새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