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논란이 뜨겁다. 이런 때 미국 6개 주정부와 직접 면담을 통해 국내 기업 목소리를 전달하고 통상 협상 돌파구를 모색한 주역이 있다.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다. 그를 만나 현지 분위기와 향후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Q. 미국에 가보니 분위기는 어땠나.
A. 미국 6개 주를 방문하면서 느낀 건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제조 선진국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이런 투자가 단순히 경제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지한파를 늘리는 외교적·사회적 효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Q. 국내 배터리 3사 투자 관련 현지 분위기도 궁금하다.
A. 주마다 관심사가 달랐다. 미시간주는 공급망 강화, 조지아주는 고용 확대, 테네시주는 물류 효율을 강조했다. 연방정부와는 또 다른 지역 차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틈새 협상 가능성도 엿보였다. 주정부 입장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칩스법을 유지하는 게 수입 대비 비용 절감, 인재 유치, 고용 확대 측면에서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 주정부와 긴밀한 소통과 협상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Q.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 등 관련 인센티브를 없앨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A.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만큼은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고 본다. AMPC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이 올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낸 데는 AMPC 효과가 컸다. 이게 없어지면 기업들의 투자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와도 연계해 이 제도가 유지되거나 기존 투자에 대해선 유예 조치가 이뤄지도록 다층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Q. 미국이 자동차 무역적자 얘기를 꺼내자 현대차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A. 솔직히 오죽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미국의 압박이 워낙 세니까. 하지만 협상 전략 차원에선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 기업이 선제적으로 나선다고 미국이 상호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해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국가 간 협상은 정부 대 정부, 산업 대 산업의 균형 있는 구조에서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국가 차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좋은 예다.
Q. 우리 정부가 당장 할 일은.
A. 우리 산업이 상처받지 않으면서 미국이 원하는 걸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너지나 농산물처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던 걸 미국산으로 바꿀 수 있다. 또 방산처럼 미국이 수출 확대를 원하는 분야에서 빠르게 의사결정해 수입을 늘리는 것도 실익을 줄 수 있다.
Q. 미국 관세 여파로 한국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 공동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다. 관세 부담이 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위축될 수 있지만 그걸 막을 해법도 분명하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거다. 그러려면 민간 기업이 기를 펴고 일할 수 있게 국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공정거래법만 봐도 경쟁 제한과 경제력 집중을 모두 감시하는데 공정위는 앞으로 경쟁 제한만 들여다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과도한 상속세 같은 규제도 개선하면 기업들이 국내에 머무를 이유가 생기고, 제조업 공동화 우려도 줄일 수 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5호 (2025.04.16~2025.04.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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