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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세계가 기대하는 ‘시너지’는?...이마트도 ‘수익 개선’

나건웅 기자
입력 : 
2025-01-16 15: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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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알리바바 ‘깜짝 동맹’ 둘러싼 5가지 궁금증

[신-알 동맹 둘러싼 5가지 궁금증]

1. 신세계가 기대하는 ‘시너지’는

글로벌 상품 소싱과 IT 경쟁력 강화

신세계그룹과 지마켓이 이번 합작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지마켓 입장에서는 ‘글로벌 접점’이 대폭 늘어난다. 지마켓에 입점한 셀러는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전 세계에 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알리바바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번 합작으로 셀러는 기존 지마켓 등록 상품을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 자동으로 연결 가능하다. 전 세계 180개국에 진출해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라자다(동남아), 미라비아(남미), 트렌디욜(튀르키예), 다라즈(파키스탄·방글라데시) 같은 플랫폼에 노출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에 따로 상품을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다른 나라 언어, 로컬 마케팅 등 셀러들 해외 진출을 가로막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판로 확장 덕에, 셀러에게는 지마켓 입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게 된다. 우수한 셀러가 늘어나는 건 플랫폼에는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에 입점한 약 60만 셀러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유럽·남미·동남아시아 등 최근 한국 상품과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등에 업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대금 정산·프로세스 간소화 등 기존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운영해오고 있던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더해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리바바 측과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제품만 하늘길이 넓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글로벌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의 국내 소싱 기회도 늘어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직구 상품 중심으로 선택지가 넓어질 경우 지마켓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그동안 중국 내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대규모로 구입 후 각지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왔다. 앞으로는 지마켓도 방대한 알리익스프레스 공급망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마켓이 기대하는 두 번째 시너지는 ‘IT 경쟁력’이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IT 역량을 지마켓에 이식할 수 있는 기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모그룹인 알리바바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IT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커머스업계 IT 활용 면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 소비자 쇼핑 환경과 편의성, 판매·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에서 선진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합작은 그동안 지마켓 약점으로 평가받던 UX(유저 경험)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AI는 상품 페이지를 몇 초 만에 번역해주고 옷 사진만 올려도 AI로 모델컷을 자동 생성해주는 등 평가가 좋다. 데이터 마케팅이나 알고리즘 노출 면에서도 한국 기업과 수준 차이가 크다”며 “자본이 부족한 소기업이나 개인 셀러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2. 이마트 수익에 도움이 될까

계속된 ‘지마켓 적자’ 희석된다

이커머스 사업 시너지뿐 아니다. 지마켓 모기업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이번 합작으로 ‘수익 개선’이라는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지마켓 실질 지분이 희석되면서 이마트 손실 반영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마트는 2021년 6월 지마켓을 인수했다. 당시 지마켓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사들이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에선 지마켓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 대 5 지분을 구축한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상 이마트가 합작법인에 갖게 되는 실질 지배력은 보유한 지마켓 지분(80%) 절반인 40%가 된다.

합작법인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지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2022년(654억원)과 2023년(321억원)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2024년 들어서도 지마켓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341억원에 달한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지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를 들어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리익스프레스인터내셔널 조인트벤처 지분율이 50%고 이마트는 40%인 만큼, 지마켓은 이마트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회사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 역시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기업가치가 PBR 0.2배 미만까지 하락한 원인 중 하나가 온라인 사업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였다. 이번 합작법인으로 온라인 영업 환경이 개선된 만큼 단기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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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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