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차쥐뿔’, 장도연 ‘살롱드립(TEO)’ 인기
유재석 ‘핑계고’, 정재형 ‘요정식탁(요정재형)’ 찾는 톱스타들
‘나불나불(십오야)’ 등 뉴미디어로 옮겨가는 토크쇼
한때 토크쇼는 TV 예능 편성의 절대적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SNS, 그 가운데서도 유튜브에서 토크가 만개하고 있다.

TV 토크쇼의 시대가 한순간에 저물어버렸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가족이 둘러 앉아 TV 토크쇼를 보며 저녁을 먹는 풍경은 이제 생소하다. 멀게는 1990년대의 ‘쟈니 윤 쇼’, ‘오늘 같은 밤’, ‘밤과 음악 사이’ 등이 있었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는 ‘이문세 쇼’, ‘주병진 나이트 쇼’, ‘서세원의 화요 스페셜’, ‘김혜수의 플러스 유’ 등도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이렇게 1인 진행자의 토크 프로그램 이외에도 2000년대 들어서는 ‘해피투게더’, ‘강심장’, ‘세바퀴’ 등 일종의 집단 토크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사실 토크쇼 혹은 토크 프로그램은 TV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였다. 2010년대까지도 토크 프로그램은 꽤나 잘 나가는 편성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었다. ‘라디오스타’, ‘힐링캠프’ 등의 인기가 그때 얼마나 거셌는지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뜨겁게 회자되었던 TV 토크쇼의 시대도 한순간에 저물어버렸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라디오스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유퀴즈 온 더 블록’과 같은 신생 프로그램이 힘을 얻어 새롭게 등장했다.

아직도 거실에는 TV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다른 플랫폼(OTT, 유튜브 등)을 재생하는 일종의 모니터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우는, 검정 괴물 같은 TV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기 일쑤다. 대신 그곳에 책장을 놓는 가정도 있다. 설령 TV를 본다고 하더라고 그건 지극히 개인적 행위의 일부다. 여럿이 모여 한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기보다는 거실에선 TV가 그냥 켜져 있고, 구성원들은 각각 모바일 기기를 보거나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나 혼자 잘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TV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며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이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복기해보도록 하자. 요즘 당신의 출근길 풍경은 어떤가? 대중교통 속에서 모바일 기기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조그마한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누군가는 검색을 하고,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또 누군가는 OTT를 재생하고, 또 누군가는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나눈다. 모든 것을 손 안에 쥔 모바일 기기로 해결한다. 그 사람들이 대체로 뭘 보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유튜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올해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와 ‘OTT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 국민이 가장 많은 이용하는 콘텐츠는 OTT(89.3%)로,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플랫폼이 유튜브(84.9%)였다. 더욱이 프리미엄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14.6%로 나타났다. 유튜브 사용 인구 중 20대와 30대, 즉 MZ세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두 세대를 합치면 무려 55.9%나 되었다.
이 정도면 ‘유튜브의 압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TV의 황금기를 구축했던 토크 프로그램이 대부분 전멸 위기에 처했고, 그나마 몇몇 프로그램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시청자의 세대가 변화하고, 그 세대가 선택한 플랫폼이 달라지면서, 완전히 대중화된 그 플랫폼에 토크 프로그램들이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TV에서 하나의 토크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기란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출연료를 비롯해 거대 플랫폼에 송출되기 위해서는 비싼 광고비와 인건비를 감수해야 하며, 심지어 장비들도 많이 필요하다. 촬영 스튜디오가 필요하고, 수많은 고화질 카메라가 있어야 하며, 조명도 많이 켜져야만 한다. 심지어 인력도 훨씬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을 상당 부분을 덜어내도 된다.
심지어 출연하는 셀러브리티들조차도 테크놀로지의 빈약함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핑계고(뜬뜬)’는 대충 사무실 한편에서 찍는다. 조명도 없이, 핸드폰 카메라나 포터블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채널이 많다. 더욱이 유튜브에서의 토크는 TV 방송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 소위 ‘비방용’ 말을 조금 내뱉어도 되고, 경박한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진행 및 편집 등 많은 부분에서 관용이 베풀어진다.

이들을 TV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면 상당한 출연료가 책정되어야 할 텐데, 유튜브로 이전한 토크 프로그램들은 알음알음 지인들을 출연시킨다. 광고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초반부 파일럿 상태에서는 일단 그냥 출연해 주거나, 출연해 보는 게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현대인들은 꽉 짜여진, 그러니까 완전하게 규범화되고, 규정에 따라야만 하는 갑갑함을 기피하는 경향을 표출한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 토크 프로그램은 일정 부분 느슨하고, 어떤 강박 없이 제작되며 상당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이게 TV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사실 나는 유튜브에 대해 조금은 폐쇄적인 관념의 시청자였다. 여전히 TV를 선호했고, OTT에서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등에 업로드된 정극 형태의 시리즈, 영화에 더 시간을 할애하는 시청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유재석이 ‘떠들어재끼는’(그들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프로그램 ‘핑계고’를 접했고, 정재형이 일종의 알고리즘 인맥으로 셀러브리티를 집으로 초대하는 ‘요정식탁(요정재형)’을 보았다. TV와 유튜브의 경계에서 실험을 거듭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한 나영석 PD의 ‘나불나불(십오야)’ 시리즈 역시 익히 알고 있었으며, 개그우먼 장도연의 ‘살롱드립(TEO)’도 가끔씩 시청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노라니 왜 TV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서 점차 멀어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실감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독립성, 내 시간에 맞추어 시청 시간을 조절할 있는 자율성이 확보되었음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욱, 공유, 황정민, 조정석, 류승룡, 송강호, 전도연, 고현정, 염정아 등 내로라 하는 한국영화계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이제 TV로 가지 않고 유튜브로 향한다. TV에만 영원히 자리할 줄 알았던 유재석과 같은 명 MC가 거기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가는 것보다 ‘핑계고’의 방바닥이나 카페 의자에 앉아서 떠드는 게 그들로서도 더 편한 것은 사실이다. 같은 유재석이지만 TV와 유튜브라는 공간의 차이가 크다. 전자는 어렵지만, 후자는 편하다. 이서진이라는 배우에서부터 시작된 나영석 PD의 유튜브 제작 군단 역시 마찬가지다. 사무실 주방에서 술 한 잔 하며 떠들어대는 토크가 현대의 시청자들에게는 더 매력적이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의 토크 프로그램은 자신들의 영역을 여행 프로그램으로까지 확장했다. 최근 배우 황정민으로부터 시작된 ‘풍향고(뜬뜬)’가 대표적이다. ‘핑계고’로 연을 맺은 유재석, 지석진, 황정민, 양세찬이 함께 한 이 시리즈는 베트남 사파를 지금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드라마(시리즈)가 TV와 조금씩 멀어진 건 오래된 이야기다. 넷플릭스 등의 OTT 플랫폼이 더 많은 예산, 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하면서 많은 기획들이 이곳에서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TV는 점차 시청자의 수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청률도 저조해진다. 또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들 역시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드라마 편성 역시 저조해진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TV에게 미래는 없는 것일까? 지금 당장은 ‘그렇다’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퇴근 후 저녁마다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보는 일상에 익숙해졌던 나조차도 그 속에서 볼 게 참 없다는 불평을 종종 내뱉으니까 말이다. 케이블 채널까지 포함하면 채널 수는 엄청 많아졌지만, 실상 그 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재방송 등을 포함하면 말이다. 이러니 어쩌겠는가. 리모콘에서 유튜브로 손가락을 옮길 수밖에.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유튜브 캡처 Illust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4호(25.01.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