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정치권도 각종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 같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이재명 대표를 위한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비롯해 자신들은 중도보수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를 오랜 기간 했다. 당연히 이런 발언을 한다고 유권자가 움직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을 계속하는 이유는, 조기 대선이 있을 경우 대선 선거 구도가 역대 대선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선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중도보수라 주장함으로써 국민의힘을 극우로 여기게끔 만들려 한다고 바라본다. 일견 맞다. 다만 그것보다는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한다.
대선에서의 선거 구도는 보통 진영 대결 구도로 짜인다. 지난번 대선도 그랬고, 19대 대선도 그랬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졌음에도,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다른 후보들, 예를 들어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얻은 득표율의 합계보다 적었다. 진영 대결 구도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가정하고 보수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진영 대결 구도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급감했던 보수가 2021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보수 우위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2024년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샤이 보수가 발생했을 가능성마저 추측할 수 있다.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를 숨기거나 국민의힘 잠룡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을 확률이 있다. 이들 샤이 보수는 선거일에는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불안하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진영 대결 구도가 아닌 다른 대선 구도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어떤 구도를 원할까? 이 대표가 바라는 대선 구도는,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 대결 구도가 아닌, 민주적 헌정 질서를 수호하는 세력 대(對) 민주적 헌정 질서 파괴 세력의 대결 구도 혹은 내란 반대 세력 대 내란 옹호 세력의 대결 구도다. 이때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이런 대결 구도를 형성시키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이념 물타기’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이념을 대변한다고 할 경우, 국민의힘의 이념적 위치를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할 뿐 아니라 일종의 ‘이념 물타기’도 가능해진다. 당연히 진영 대결 구도 형성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아직도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민주당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의 행태와 지도부 ‘입장’을 구분하지 않는다. ‘일부’ 의원 행태를 지도부가 ‘동조’하고 있다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이런 어중간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했다 선거 구도가 내란 동조 세력 대 내란 찬성 세력, 혹은 헌정 질서 수호 세력 대 반민주 세력의 구도로 짜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거 구도가 민주당 의도대로 굳어지면, 국민의힘은 반민주 혹은 내란 동조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다 자칫 민주당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현재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민주 대 반민주, 내란 옹호 세력 대 내란 반대 세력의 선거 구도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은 이미 조성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무려 10%포인트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국민의힘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자는 60%에 달한다. 탄핵 찬성 응답자 중 69%가 중도층이다. 국민의힘 ‘일부’가 주장하는 탄핵 반대를 중도층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도층은 ‘민주적 헌정 질서 수호’ 관점에서 국민의힘 행동을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잠룡들 미래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국민의힘 잠룡들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조기 대선이 있다면 5월 중순 정도인데, 국민의힘은 남은 시간 동안 탄핵 반대와 대통령 복귀를 주장했던 이미지를 ‘교정’할 수 있을까. 정당이나 정치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남은 시간 동안 탄핵 반대 이미지를 ‘세척’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국민의힘 일부 잠룡의 탄핵 반대를 상기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테다. 당연히 이미지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탄핵에 반대했으면서도 대선에 뛰어든다면,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행위다. 탄핵에 반대했으면, 조기 대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조기 대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에 찬성한 이들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탄핵에 찬성하는 절대다수 유권자 모두를 ‘배신자’로 취급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정치에서 ‘배신’ 운운은 말이 안 된다. 또 ‘배신’을 언급하며 해당 정치인을 억압하는 모습은 민주당이 말하는 내란 찬성 세력 대 내란 반대 세력의 선거 구도를 고착화시키는 행위다.
다만 민주당의 이런 선거 구도 전환 전략은 위험성도 존재한다. 내란 옹호 세력이라 낙인찍힌 강경 보수 세력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도 한마디 하면, 지금처럼 탄핵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전략에 말려들기 원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탄핵 정국과 이념 지향성을 분리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은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 보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그러지 말고 보수 이념 핵심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이에 대한 실현을 약속하며 민주당과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때 내란 옹호와 내란 반대라는 민주당이 원하는 선거 구도는 쉽게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현명한지 지켜볼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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