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결론냈다.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9인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대행은 즉시 임명을 하지 않을 모양새다. 정부 내에서는 “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도 같이 내려져야 할 문제”라며 신중론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국가 대사(大事)를 놓고 더 이상 잡음이 커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조급한 임명은 안 될 일이다.
헌재 역시 이날 마 후보자를 실제 재판관에 임명하는 것과 관련해선 ‘권한밖의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마은혁을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는데, 이는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할 근거가 없어 심판대상이 아니다”며 아예 각하해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이 헌재 선고 직후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법 66조 2항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인용을 결정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피청구인인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긴 해야 하지만 헌재법에는 언제까지 할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그가 임명을 늦추더라도 정치적 비난은 받을지언정 법적 문제는 없는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경우 즉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방침이다. 2024.12.23 [김호영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2/28/news-p.v1.20241223.4e707d906ac34af3b1ea5e3a4873ea4a_P1.jpg)
최 권한대행이 임명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나서긴 힘들다. 혹여 야당 압박에 못이겨 마 후보자가 임명을 받는다면 지난 25일로 변론이 끝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하는 문제로 또 시끄러워진다. 그를 위해 변론 갱신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야당은 마 후보자의 신속한 임명을 요구하지만 그가 재판관이 돼서 심판에 들어가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질 것을 감수해야 한다. 빠른 탄핵 인용을 바라는 야당으로선 고민이 커질 것이다. 야당 입맛에 맞는 재판관 한 명을 추가해 탄핵 인용을 위한 ‘6인 이상’ 체제를 확실히 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선고가 지연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탄핵심판이 미뤄지면 야당이 기대하는 조기 대선도 5월을 넘길 것이고, 그 사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를 확정받을지 모른다. 이 대표의 대선 피선거권 박탈 사태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마 후보자 투입으로 시간을 끌기보단 현행 8인 체제로 결정을 빨리 받아보는 게 나을 수 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스스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회피하는 방법도 있다. 헌법재판소법 52조 3항은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재판장 허가를 받아 회피(回避)할 수 있다’고 돼있다. 마 후보자는 여야 추천 재판관 각 1명 외에 야당의 추가 추천 몫인데다 그간에 알려진 진보적 성향 때문에 여당 반대가 크다.
무엇보다 명색이 대통령 탄핵심판이고, 최종 변론까지 끝난 사안에 뒤늦게 재판관이 끼어드는 모양새도 왠지 궁색하다. 마 후보자는 설사 임명을 받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건은 스킵하는 게 낫다.
[김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