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기습 유상증자로 한화그룹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번 증자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3조6000억원)다. 기습 유증으로 한화에어로는 ‘스타’ 기업에서 한순간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는 눈총을 받는다.
설비투자를 명분으로 증자에 나서는 행위 자체를 나무랄 순 없지만, 이번 증자를 두고 성토가 쏟아지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운전자금 부담이 컸던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원을 들여 계열사 주식(한화오션)을 사들인 일을 주목한다. 한화에어로에 한화오션 지분을 판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는 총수 일가 지배력이 높은 회사다.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3형제 가족회사다. 한화임팩트 주주는 한화에너지(52.1%)·한화솔루션(47.9%)이다. 결과적으론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쓴 돈을 개인 투자자에게 돌려받는 꼴이 됐단 지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리더십도 시험대에 섰단 평가다. 숱한 논란을 극복하고 승계 정당성 확보를 위해선 4조원 가까운 돈으로 신규 수주 등 가시적인 성과를 조기에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는 한화에어로 유증에 98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한화가 기존 지분율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 전부를 받는 것. 한화는 지분율(34%)에 따라 배당받을 신주 162만298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인수한다. 한화는 “우량 자회사의 글로벌 도약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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