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가입자가 630만명을 넘어서면서 적립금도 40조670억원을 돌파했다.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적용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분기 말 공시 결과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전년 동기(12조5520억원)보다 219% 증가했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 지정가입자는 전년 동기(479만명) 대비 32% 늘었다.
2023년 7월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때 미리 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중에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디폴트옵션 대상이며, 각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은 대상이 아니다. 현재 41개 금융기관의 315개 디폴트옵션 상품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디폴트옵션이 이처럼 인기를 끈 건 수익률 덕분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도 디폴트옵션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위험 또는 고위험 등급의 68개 상품은 1년 수익률이 1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수익률을 보면 초저위험상품 3.3%, 저위험상품 7.2%, 중위험상품 11.8%, 고위험상품 16.8% 순이다.
다만 초저위험상품의 적립금은 35조3386억원으로, 여전히 전체 적립금의 대부분(88%)은 ‘원금보장형’이었다.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취지가 수익률 제고에 있는 만큼 정부는 원리금보장상품으로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올해 공시부터는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등급별 적립금(판매) 비중을 추가 공개한다. 또 오는 4월부터 모든 디폴트옵션의 상품명을 바꾼다. 현행은 ‘위험’을 강조하고 있어 합리적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초저위험은 안정형, 저위험은 안정투자형, 중위험은 중립투자형, 고위험은 적극투자형 등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노동부와 금감원은 디폴트 옵션 상품 정보를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다. 세부 공시자료는 고용부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