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5명 중 1명 진단 경험
‘비강분무 스테로이드’
무증상에도 양치처럼 뿌려야

가을은 비염 환자에게 힘든 계절이다. 아침 저녁의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은 비점막을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상 9월의 알레르기성 비염 진료인원은 전월보다 2배 이상, 봄철인 3월보다는 약 30%가량 많다.
서민영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가을은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 잡초류 꽃가루가 겹치는 ‘삼중 자극’의 계절”이라며 “비염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는 증상 발생 전 미리 병원을 찾아 조절 약물을 처방받고 필요할 때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고농도 꽃가루 예보 시에는 외출이나 환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염은 비강 점막에 염증이 생겨 코막힘과 콧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흡입성 알레르겐에 노출될 때 주로 발생한다.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과 비듬, 곰팡이, 바퀴벌레, 계절성 잡초류 꽃가루가 대표적이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높아져 증상이 심해진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18배 증가했다. 또 성인의 5명 중 1명은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오염, 도시화로 인한 실내 알레르겐 노출, 반려동물 양육 확대, 기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형적인 증상은 코막힘, 재채기, 맑은 콧물, 코 가려움이다. 보통 코 가려움, 재채기, 콧물, 코막힘 순으로 진행되며 재채기와 콧물은 오전에 심하고 오후에 옅어지는 반면 코막힘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눈 가려움, 충혈과 같은 결막 증상과 두통, 후각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감기와 달리 발열은 드문 편이다. 알레르겐 노출이 계속되면 증상이 수주 이상 이어진다는 점에서 감염성 비염과 구분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부비동염, 중이염, 결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수면장애, 두통, 집중력 저하까지 부른다. 따라서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된다면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먼저 의료진은 문진으로 증상 패턴과 가족력, 생활·직업 환경, 반려동물 노출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이후 비내시경 검사로 비점막 상태를 살핀다. 혈청 검사나 피부단자검사를 통해 원인 알레르겐을 규명하면 보다 정밀한 생활환경 관리와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치료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알레르겐 회피가 기본이며 약물치료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 분무제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중심을 이룬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 분무제는 항염 작용으로 코막힘, 눈 가려움, 수면장애 등 대부분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먹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전신 부작용이 없어 2세 소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일부 환자들은 즉각적인 효과가 없거나 스테로이드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최소 1~2주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비염 악화를 막는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비강 스테로이드 분무제는 다른 스테로이드와 달리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고 효과가 가장 좋은 약”이라며 “30년 이상 매일 써도 안전하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할 때만 쓰면 금세 염증이 재발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때도 양치질하듯 매일 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면역요법은 원인 항원을 소량부터 점진적으로 투여해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근본 치료로, 3~5년 이상 꾸준한 유지가 권장된다. 비중격 만곡이나 하비갑개 비후 등 구조적 문제가 있고 약물치료에도 코막힘이 지속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신재민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특히 코세척을 추천하는데, 코세척은 코점막의 섬모 운동을 도와주고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항원 물질을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멸균된 생리식염수나 끓였다가 식힌 물에 적절한 농도의 소금을 녹여 매일 코세척을 하면 증상 완화와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