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갑작스러운 적대 행위
中이 전세계 인질 잡아” 발끈
中 “싸움 피하지 않겠다” 엄포
틱톡 합의 화해무드서 급변
美대두 수입 놓고도 기싸움
美, 11월 1일 관세 시행 예고
추후 협상 통해 타협 가능성도
![2019년 미중 정상회담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로이터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2/news-p.v1.20251012.8b597944a95848d09e7eaaa8d39137d6_P1.jpg)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가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 버튼’을 눌렀다. 틱톡 합의를 계기로 누그러지는 듯 보였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전 세계는 다시 ‘고래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희토류는 미국이 안보적으로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수입 품목이라는 점에서 중국 조치는 사실상 미국의 ‘폐부’를 찌른 것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중국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린 지난 10일(현지시간)은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낸 지 이틀째 되는 시점이었다. 미국 정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초강경 카드로 맞불을 놓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갑작스러운 무역 적대행위”,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이라며 중국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만큼 희토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100% 관세’의 발단이 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는 지난 9일 발표됐다.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는 제품까지로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어도 중국산 희토류가 미량이라도 포함돼 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이중용도 물자(군용·민간용 모두 활용 가능한 물자)’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군사 용도가 아니어도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칩)나 256단 이상 메모리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가진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신청을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이번 중국 조치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사용했던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와 기술에 예민한 것처럼 미국은 희토류에 민감하다. 중국이 특정한 의도로 미국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지난 4월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시점에 미국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 희토류였다. 당시 중국 정부가 미국에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자 곤경에 빠진 트럼프 행정부는 다급하게 중국 측에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각각 관세율을 인하하는 ‘관세 휴전’에 합의했고, 6월 영국 런던 회담에서는 희토류와 반도체 수출통제 해제 문제를 ‘맞교환’하는 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입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7월), 스페인 마드리드(9월)에서 열린 회담에서 희토류 물량 확보 문제는 미국의 ‘단골’ 요구사항이 됐다.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EPA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2/news-p.v1.20251012.f72b8931b2a747eda4486ce6f7400cb2_P2.jpg)
이처럼 희토류가 미국의 최대 약점이라는 점을 중국도,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마드리드 회담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에 합의했고,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통화로 양국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음에도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발끈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과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상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희토류 등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는 법규에 따른 정상적 조치로 자국의 수출 통제 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어 “양국 정상이 통화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협상 메커니즘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해 분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1일 미국 일리노이주 드와이트의 한 곡물창고에 운반된 대두. [AFP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2/news-p.v1.20251012.511dde17ebd64cd597f4f7c2392c6ce7_P2.jpg)
중국은 지난 5월부터 미국산 대두(콩) 주문을 전면 중단하며 농산물 시장을 통한 압박에도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11일까지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단 한 건도 예약하지 않았고, 올해 1~7월 대중 수출 누적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며 주로 브라질과 미국에서 대두를 수입해왔다.
이로 인해 미국산 대두 가격이 급락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농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대신 아르헨티나로 눈을 돌려 227만t 규모의 대두를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달 계약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 10일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14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TP-링크’의 미국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0% 추가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미·중 양국의 ‘관세 치킨게임’은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추가관세 조치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를 11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남은 20일가량의 시간에 양측이 타협을 도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 결정적 계기가 바로 이달 말 경주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미·중 정상회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