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채권단 일일이 설득
법정관리 8개월 만에 졸업
회생채권 상환 1년 앞당기고
용산 사옥 복합개발로 재도약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로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8개월 만에 끝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건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한 가운데 자력으로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올 들어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지난 1일 법정관리를 마쳤다. 지방 현장 미분양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초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8개월 만이다.
법원은 “회사가 내년도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하고, 출자전환 및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했으며 임시주주총회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선임해 경영정상화의 틀을 마련했다”며 법정관리 종결 배경을 설명했다.
1977년 설립된 신동아건설은 1985년 당시 아시아 최고층 건물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짓는 등 국내 도급 순위 28위까지 올랐던 중견사다. 주거 공간의 가치를 가족에 두겠다는 의미에서 독일어에서 따온 ‘파밀리에’로 전국에서 주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파고 속에 부침을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유동성 압박에 시달려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2019년에 경영을 정상화했다. 이후 도시개발사업과 정비사업 등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펼치며 승승장구했지만, 2023년부터 본격화한 건설업 불황에 발목이 잡혀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더 혹독한 법정관리행을 선택하게 됐다.
한 번의 고비를 넘기기도 버거운 건설사에 연이은 위기는 치명적이다. 김용선 신동아건설 회장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말을 빌려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더 나은 변화를 위한 도약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연필로 수행을 하듯 선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긋는 ‘묘법’ 시리즈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개척한 박서보 화백은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다고 했다. 건설사의 재건 작업은 치열한 고통과 인내가 따르지만 궁극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회생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김 회장부터 솔선수범했다. 칠순이 넘었지만 법정관리인을 자청해 100개가 넘는 채권조사 확정재판에 직접 참석해 이의 조정 신청에 응대하며 채권자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기업회생절차에서 가장 첨예하고 어려운 과정 중 하나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다.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악성 미분양을 털고 회수한 공사대금 등을 활용해 회생채권의 1차분을 1년 앞당겨 갚아 나갔다. 변제율도 39%로 통상적인 수준(10~20%)보다 높였다. 회생계획안에는 향후 수주에 나설 10년 치 공공 공사 물량과 회사가 직접 개발해 분양하는 사옥 프로젝트를 담았다. 경영진을 교체하고 조직도 슬림화했다. 이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은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법원에 확신을 심어줬고 법정관리 초고속 종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동아건설은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행보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서빙고동 일대 노른자 땅에 위치한 사옥을 개발한다. 서빙고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선정된 사옥 용지에 최고 41층의 업무·주거 복합개발을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 철거에 들어가고 내년 상반기 착공·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또 공공 공사와 정비사업 위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나선다. 중견사의 약점 중 하나는 주택 사업 비중이 높아서 시장이 어려워지면 회사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토목·기반시설 사업이나 인공지능(AI) 기반의 프롭테크 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신동아건설의 조기 회생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건설사는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정기업 등 9곳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신동아건설은 제3자 인수 방식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생존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첫 사례다. 건설업계에서 “최근 어려워진 건설 경기에 반전의 카드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회장은 “법원의 신속한 회생절차 진행과 협력업체 등 채권자들의 배려에 감사하다”며 “회생계획에 따라 나머지 회생채권도 성실하게 변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