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확실성에 유럽도 돈 뺴기 고심

미국 관세 정책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부메랑’이 되고 있다. 중국 국영펀드를 비롯해 캐나다와 유럽 대형 연기금들이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큰손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에 되려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 시간) 7명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투자공사(CIC) 등 중국 국부펀드가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직접적인 미국 기업뿐 아니라 이들에 간접 투자하는 해외 펀드도 회피 대상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 투자자들 자세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투자 약속을 했던 건도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투자를 철회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블랙스톤과 TPC그룹, 칼라일 등 미국 대형 사모펀드다. 특히 CIC는 과거 블랙스톤의 주요 주주였고, 골드만삭스와 공동 투자 펀드를 만들어 미국과 영국 기업에 자금을 넣은 경험도 있는 핵심 투자자였다.
중국 국부펀드들은 본래 미국과 유럽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수천억 달러를 우회 투자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대신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주식과 국채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와 유럽 주요 연기금들도 미국 사모펀드 투자 축소를 고민 중이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미국 인프라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고, 덴마크의 한 대형 연기금은 이미 미국 사모펀드 투자를 중단했다. 해당 연기금 임원은 FT에 “시장이 보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해질 때 다시 투자하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큰 할인율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들이 지금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미국이 교역국들과 기본적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