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높아지며 올해 1분기 경색
거래 규모 年 30조원대 굳어져
SK·롯데 등 계열사 매각 나서고 있어
대기업 인수자 없어지며 시장 침체
삼성·현대차 M&A 적극 나설지 관심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정치 리스크,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 극심한 침체를 겪었습니다. 현재도 M&A 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부과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자들이 수천억원~수조원을 써서 기업을 인수하기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재 기사에선 현재 국내 M&A 시장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해 M&A 리그테이블 현황 [레이더M]](https://pimg.mk.co.kr/news/cms/202504/28/news-p.v1.20250420.abb353d5db9d43988276c646872f5c02_P1.png)
지난해엔 모처럼 만에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됐었습니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 거래규모는 35조6734억원으로 2023년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3년 만에 성장한 셈이죠.
국내 M&A 시장은 저금리에 따른 호황을 누린 2021년 71조503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시장 경색, 경기 침체 여파로 2022년(39조4277억원), 2023년(30조6458억원)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소폭 거래액이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빅 딜도 10건에 달했습니다. 빅 딜이란 거래액 1조원 이상의 대형 거래를 의미합니다.
국내 주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약 2조7000억원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인수한 것이 거래액 기준 가장 큰 딜이었습니다. IMM 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2조700억원), 중국 CSOT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생산법인 인수(2조256억원),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1조5729억원) 등이 주요 딜이었습니다.
SK·LG·롯데·태영 등 주요 대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 매각에 나섰고, 이를 국내 사모펀드·중국계 법인이 사들이면서 M&A가 활기를 띤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이 3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도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시장은 다시 침체기에 들어섰습니다.
올해 1분기 M&A 거래규모는 4조103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106억원) 대비 감소했습니다. 호황기인 2021~2023년 1분기 M&A 딜이 8조~10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거래 규모는 미약합니다.
올해 1분기 주요 M&A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8694억원), 새마을금고의 M캐피탈 인수(4670억원), 스맥·릴슨PE 컨소시엄의 현대위아 공작사업부 인수(3400억원) 등이 있었습니다. 조 단위 ‘빅 딜’은 없었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해외 수출 물량이 많은 제조기업의 경우엔 원매자들이 인수를 꺼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M&A 시장엔 ‘조 단위’ 대기 매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에어프로덕츠코리아(5조~6조원), SK실트론(4조원), 클래시스(3조원), 롯데카드(3조원), HPSP(2조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효성화학 스틸코드 부문·SKIET(1조5000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를 인수할 주체가 없습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5조원 이상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매각전에 발을 빼면서 사실상 이 부분이 무산됐습니다.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CJ제일제당은 1년 3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나섰습니다.
롯데카드(3조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등 금융사는 지난해부터 원매자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매물로 나온 HPSP, 클래시스 역시 아직 뚜렷한 인수자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고, 인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국내 M&A 시장은 지난 2021년 70조원대 거래액이란 ‘고점’을 찍고, 현재는 3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M&A 시장도 年 30조원대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역할 부재입니다.
M&A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대기업이 ‘바이어(Buyer·인수자)’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SK·롯데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이 바이어가 아닌 셀러(Seller·매도자)가 된 상황입니다. 대기업들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부채비율 관리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대기업 중에 부채비율서 자유로운 곳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입니다. 삼성전자는 현금성자산만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무차입 경영’을 해왔습니다.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1.69%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15% 감소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웃돌았다. 2025.4.7 [김호영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4/28/news-p.v1.20250408.d220d66dfdc14918a6254f8db75d15eb_P1.jpg)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7월 말 2분기 컨퍼런스콜을 발표하며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엔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콜옵션 행사 전제·총 투자금액 1조원) 이외엔 이렇다 할 빅 딜이 없는 상황입니다.
IB업계선 삼성전자가 물꼬를 터야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약 9조원을 들여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 이렇다 할 빅 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유의미한 M&A 사례를 내놓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차원에서도 IB와 소통하며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다만 국내선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대규모 M&A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IB업계선 삼성 이외에도 현대차그룹 정도만이 M&A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그룹사들은 같은 대기업이어도 자금이 원활히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로봇산업,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줘야, 국내 M&A 시장도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