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제송금보다 장점 많아
수수료 싸고 실시간 처리 가능
코인으로 카드 대금 상환 등
간편결제·거래소 협업 잇따라
네이버 ‘금융슈퍼앱’ 추진 나서
삼성, 美서 블록체인 지갑 개발
업계 “정부 전향적 지원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은 미국은 통화(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비트코인), 자본시장(금융투자상품) 등 3개 축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과거 가치 저장을 위한 대표 상품인 금을 기반으로 달러·금융 패권을 장악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그 중심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세상에서 화폐로 쓰인다. 1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돼 가격이 변동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에 비해 거래나 송금하는 데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기존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달리 즉각적인 결제 완료가 된다는 점이다. 송금해서 실제로 해당 토큰을 수취하면 끝이다. 보낸 사람이 믿을 만한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등을 통한 국제 금융이 전 세계 주요 은행들 간의 신뢰를 토대로 구축된 것과 차별점이다.
스위프트를 통하면 송금 도중 자금중개기관, 중개은행 등이 개입하면서 수수료가 올라간다. 전문을 주고받는 일도 은행 영업시간에만 처리되기 때문에 시차에 따라 결제에 2~5일이 소요될 수 있다. 모두 신뢰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블록체인은 이같은 구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페이페이와 바이낸스 재팬의 결합은 일본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1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서비스는 페이페이 앱 내에서 보유한 ‘페이페이 머니’를 사용해 바이낸스 재팬이 취급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연동하는 것이다. 반대로 바이낸스 재팬에서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페이페이를 통해 현금으로 즉시 인출하는 기능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일반 사용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일본 내 가상자산 대중화를 이끄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앞서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웹엑스(WebX) 2025’ 현장에 참석해 “웹3는 산업혁명에 비견될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지폐와 동전이 기본이었고, 여전히 도어록보다는 열쇠가 편해 아날로그의 나라라고 불렸던 일본은 블록체인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일본 내 페이먼트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핀테크 기업 JPYC는 나지카드(Nudge card)와 협력해 일본 엔 기반 스테이블코인 ‘JPYC’로 신용카드 대금을 상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달 제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JPYC는 일본 최초의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다.

미국에선 비자가 지난달 30일 자사의 실시간 개인 간(P2P) 송금서비스 ‘비자 다이렉트’에 스테이블코인 서클(USDC)을 결제 수단으로 시험 적용한다고 밝혔다. 비자 다이렉트는 기존 SWIFT망 대신 자체 신용카드 결제망을 활용해 해외 송금을 처리하는 서비스다. 복잡한 중개 절차와 높은 수수료, 며칠씩 걸리는 시간 등 SWIFT의 고질적 단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기업이 법정화폐 예치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선납(prefunding)하면 비자는 이를 현금과 동등하게 취급해 즉시 송금·정산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조다. 이 구조 아래 기업들은 법정화폐 대신 USDC를 비자에 지불하고, 수취인은 현지 법정화폐로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자는 향후 USDC 외에도 PYUSD(페이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EURC(서클 발행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등과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결제·정산 채널로 연다는 계획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이미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거래소 및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 제공자로, 페이팔은 기존의 방대한 고객 기반을 활용해 PYUSD을 통한 결제·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향이다.
![업비트 애플리케이션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2/news-p.v1.20251012.ec7b88ca10514eb482d365b190756c45_P2.jpg)
한국에서도 인터넷 공룡 네이버와 가상자산 절대강자 두나무가 결합을 통해 웹3 금융에 도전장을 던졌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은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차원을 넘어 결제부터 송금, 자산 증식에 이르는 모든 금융 활동을 하나의 ‘슈퍼앱’ 안에서 해결하는 통합 금융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에 거대한 메기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3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비롯해 검색, 쇼핑, 콘텐츠로 이어지는 네이버 생태계를 기반으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단순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과 NFT(대체불가토큰),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여러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웹3 금융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술력과 두나무의 노하우를 결합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현실화될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웹3 금융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에 한국도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빨리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